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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서 만난 사업가에 750억 묻지마 투자"…유엔기관장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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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서 만난 사업가에 750억 묻지마 투자"…유엔기관장 사임
유엔 UNOPS, 방만한 투자로 319억원 날려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유엔의 한 기구가 방만한 투자 결정으로 300억원 넘는 손실을 본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고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안토니오 구흐테스 유엔사무총장은 이날 부적절한 투자 결정으로 조사를 받아온 유엔프로젝트조달기구(UNOPS) 그레테 파레모 사무총장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파레모 사무총장이 2014년 8월부터 이끈 UNOPS는 개발도상국의 주택사업 등에 수백만달러를 투자하고도 아무런 실적을 내지 못하고 투자금만 날려 유엔 감사를 받고 있다.
NYT는 UNOPS가 2천500만달러(319억원) 손실을 초래한 이해할 수 없는 투자 결정을 했다며 그동안 상황을 재구성해 보도했다.
UNOPS는 2018년 첫 대출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한 이래 2년간 멕시코 풍력발전단지에 투자하는 회사에 880만달러, 재생에너지사업 투자사에 1천500만달러, 가나·인도·케냐·파키스탄 등지에서 활동하는 건설사에 3천500만달러 등 총 5천880만달러(750억원)를 빌려줬다.
당시 파레모 사무총장은 UNOPS의 자체 자금으로 개도국 내 다양한 사업에 직접 투자하고자 했다. 원래 UNOPS는 다른 유엔 기관이 발주한 사업에 필요한 물자 등을 조달하는 지원 역할을 했으나 파레모는 더 큰 포부를 가진 것이다.
그런데 이 세 회사 모두 동일인과 관련됐다고 NYT는 전했다.
파레모 사무총장은 2015년 뉴욕에서 주최한 파티에서 영국인 사업가 데이비드 캔드릭을 만났는데, 이들 회사가 모두 캔드릭과 관련성이 있다는 것이다.
켄드릭은 개도국에 저렴하면서도 견고한 집을 신속하게 건설하는 사업을 홍보하면서 파레모 사무총장의 귀를 솔깃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회사 두 곳을 지브롤터에 있는 가족회사를 통해 소유했고, 다른 한 곳은 이사들이 켄드릭의 오랜 동료였다.
결국 유엔 감사관들은 2020년 7월 "UNOPS가 사업파트너를 선정하면서 타당하고 투명한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며 경고음을 울렸다.
이로부터 몇 개월 뒤 UNOPS는 대출금 회수에 나섰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2020년 10월 유엔 보고서에는 켄드릭의 회사들이 풍력발전단지와 재생에너지사업을 위해 빌린 수백만달러를 반납하기로 합의했다고 돼 있지만 실제 이행되지 않았다.
작년에 나온 유엔 감사관 보고서에 따르면 켄드릭의 회사 중 한 곳은 유엔 대출금 1천500만달러의 상당액을 다른 채무를 갚는 데 썼다고 시인했다.

유엔 감사관들은 켄드릭의 회사들이 돈을 조금씩 갚기 시작했지만, UNOPS가 여전히 2천200만달러를 되찾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UNOPS가 2017년 켄드릭의 딸이 운영하는 환경단체에 지원한 300만달러까지 합치면 지금까지 총 손실액은 2천500만달러다.
이 환경단체는 가수 조스 스톤과 함께 바다에 관한 노래를 녹음했는데, 파레모 사무총장이 2017년 유엔의 해양 관련 회의에서 거의 텅텅 빈 관람석을 향해 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주택사업 자금은 아직 회수하지 않고 있지만, 건설 실적이 전무한 상태다.
켄드릭의 회사가 20만채를 건설하기로 한 가나 정부의 P.K. 살퐁 대변인은 NYT에 "아직 단 한 채도 지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NYT는 유엔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식량가격 급등 대응에 수백만달러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회원국의 신뢰를 저해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핀란드는 감사가 진행되자 UNOPS에 대한 2천만달러 지원 계획을 보류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유엔의 책임 추궁은 비밀리에 천천히 진행된다고 NYT는 지적했다.
회원국 외교관으로 구성된 UNOPS 이사회는 올해 2월 이번 사건에 대한 '독립적이며 종합적인 평가'를 주문했지만, 그 시한을 2024년 6월로 설정했다.
blueke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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