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약 효과 지키는 첨단 '운반 물질' 개발
강산성 위액에 견디고 소장서 분해→약효 성분 흡수 촉진
'양성 이온 중합 복합체' 방울, 운반 약 보호 효과 탁월
미국 매사추세츠대 연구진,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우리 주변에 복용 약이 흔해도 먹는 방식으론 효과를 보기 어려운 약도 적지 않다.
복용한 약이 위(胃)의 강산성 소화액을 견뎌내고 온전히 소장(小腸)까지 가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약이 위에서 많이 분해되면 작용 성분이 소장의 혈관을 통해 충분히 흡수되지 못한다.
약을 먹을 때 필요한 것보다 많은 양을 쓰는 이유도 위를 거치면서 상당한 양이 분해되기 때문이다.
복용 약의 이런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신종 운반 물질을 미국 과학자들이 개발했다.
위의 산성 환경에 파괴되지 않고 소장에서 잘 분해되는 '양성 이온 중합 복합체'(pZC)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 물질은 흔한 경구용(經口用) 항생제부터 최신 단백질 치료제까지 거의 모든 유형의 약물 전달에 근본적인 변혁을 가져올 거로 기대된다.
미국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 캠퍼스(University of Massachusetts Amherst)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으로 실렸다.
6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복용 약을 쓰기 어려우면 주사로 약을 넣거나 이식형 약(implant medications)을 써야 한다.
하지만 고통, 두려움, 부작용 등을 감수해야 해, 이런 우회 투약을 꺼리는 환자가 많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무루가판 무투쿠마르 고분자학 공학 석좌교수는 "먹는 약을 잘 보호해 소장까지 운반할 수 있다면 복용 약의 적용 범위를 대폭 확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pZC를 개발하는 덴 '복합 상 분리법'(complex coacervation)이 사용됐다.
각각 양극과 음극을 띤 고분자 전해질(polyelectrolyte)이 구(球) 모양의 작은 방울을 형성하게 처리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두 가지 유형의 중합체, 즉 양성이온 중합체(polyzwitterion)와 고분자 전해질(polyelectrolyte)을 결합해 미세한 방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더 큰 난제가 있었다.
이 pZC 방울이 위의 강산성을 견딜 만큼 내성이 뛰어나면서 소장의 평온한 환경에선 잘 분해되게 만들어야 했다.
뜻밖에 해법은 두 중합체의 결합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약하게 하는 데 있었다.
그렇게 해야 두 중합체가 서로 떨어지는, 다시 말해 소장에서 분해되는 타이밍을 정밀히 조절할 수 있었다.
평소 약을 취급하는 개업 의사나 약사의 실질적 필요가 이번 연구를 시작한 동기라고 연구팀은 전했다.
이번에 개발된 pZC 기술이 제약 부문에 도입되면 복용 약이 대폭 증가하고, 정량의 치료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게 될 거라고 한다.
무투쿠마르 교수는 "질병 치료법에 일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기초 기술이 될 것"이라면서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 의사들에게 전달돼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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