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는 지금] '상하이사람 못들어오게' 다리 끊고 장벽 치고
영화 '감기' 속 도시처럼 고립된 상하이
응급실앞 노숙에도 치료 거부당한 8세 아이, 공중전화 부스의 '코로나 난민'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굴착기 한 대가 폭이 10m 남짓한 좁은 하천에 놓인 다리를 부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한 달 가까이 전면 봉쇄된 상하이와 바로 붙은 저장성이 동원한 굴착기가 두 지역을 잇는 작은 다리를 끊어내는 장면이었다.
다리 건너편 저장성 쪽으로는 이미 상하이에서 사람들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높은 장벽이 이중으로 쳐진 상태였는데 다리까지 끊어버린 것이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한 이 영상 속 장면은 중국 내 코로나19 감염 중심지가 된 상하이가 영화 '감기' 속 도시처럼 주변 지역과 철저히 고립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상하이직할시와 인근 저장성과 장쑤성은 행정구역만 다를 뿐,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책임지는 창장삼각주 광역 경제권을 형성한다. 경계 지역으로 가면 사실상 생활권이 같아 어디까지가 상하이고 어디까지가 저장·장쑤성인지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곳도 많다.
하지만 '제로 코로나' 원칙을 고수하는 중국에 코로나19 대유행이 뒤늦게 닥치면서 이웃 지역들은 상하이와 철저히 선을 긋고 장벽을 높게 쌓고 있다.
상하이와 직접 맞닿은 저장성과 장쑤성의 여러 도시는 상하이와 연결되는 고속도로와 국도의 주요 길목을 차단했다. 또 두 지역 경계에 긴 장벽을 건설하고 있다.
상하이 칭푸구와 연결된 장쑤성 쿤산시는 경계에 높은 장벽을 만들고 순찰 인원을 상주시켜 넘어오는 사람이 없는지 감시 중이다.
두 시의 경계가 되는 강에서는 쿤산시의 경찰 보트가 24시간 순찰하면서 상하이 쪽에서 헤엄을 쳐서 넘어오는 사람이 없는지 감시하고 있다.
장쑤성 쑤저우시는 상하이시와 경계에 수십 미터 높이의 망루까지 설치해 상하이 방향으로 경계를 대폭 강화한 상태다.
이런 풍경은 중국이 지역사회 감염자를 한 명도 인정하지 않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빚어지는 일들이다.
인접 지역 입장에서는 상하이에서 코로나19가 유입돼 확산하면 봉쇄를 단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방역 실패에 따른 문책 위험을 뜻한다.
이런 현상은 비단 상하이와 그 주변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현재 31개 중국의 성급 행정구역 중 시짱(티베트)자치구를 제외한 30곳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온 상황에서 '과잉 방어'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공급망과 물류 차질 현상으로 이어진다.
경제 충격이 커지자 최근 중국 중앙정부가 현장에서 과잉 대응을 자제하고 제로 코로나 방침은 견지하되 과학적 방역에 나서 공급망과 물류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방역 실패에 따른 문책을 가장 두려워하는 지방 정부 관리들에게 중앙 정부의 이 같은 지시가 먹힐지 불확실하다.
상하이 주민들의 인내심도 이미 바닥이 난 상황이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긴급 환자 치료를 보장하겠다는 당국의 거듭된 약속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하이의 의료 현장의 혼란상을 보여주는 동영상이 또 올라왔다.
8세 여아 환자는 상하이의 대형 병원인 퉁런병원 응급실 입구에서 밤새 노숙했지만 병원은 다음 날 오후가 되도록 이 아이를 받아주지 않았다.
아이의 어머니는 영상 속에서 "이 아이가 정말로 병으로 죽으면 어떻게 할 거예요. 중국. 상하이. 지금 우리의 정책은 어떻게 된 거예요. 어떻게 된 거예요."라고 절규한다.
이런 경우 언제나 그랬듯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자 이 영상도 아무 설명 없이 삭제돼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인터넷에서는 도롯가 공중전화 부스에서 숙식하며 지낸 한 중년 여성의 안타까운 사연도 화제가 됐다.
이 여성은 원래 상하이의 한 가정에서 입주 가사도우미로 일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에 걸려 격리소에 다녀오고 나서 고향인 안후이성으로 돌아갈 길을 찾지 못해 공중전화 부스에서 며칠째 숙식을 하게 된 것이었다.
세인의 관심이 쏠리자 상하이시는 이 여성이 봉쇄 속에서도 '특별 배려'를 받아 고향에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코로나19 봉쇄로 갈 곳을 잃은 일용직 근로자, 배달원 등 공중전화 부스나 텐트 등지에서 노숙 생활을 하는 모습을 여전히 쉽게 찾아볼 수 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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