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터키 반발 속 또 "아르메니아 제노사이드" 규정
"세상에 흉터 남기는 잔혹행위 비판하고 막을 것"
우크라 내 러 전쟁범죄 논란 속 재차 강한 목소리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안보 동맹국인 터키의 강력한 반발 속에 100여 년 전 아르메니아인 학살사건을 다시 '제노사이드'(genocide·인종청소)로 규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해당 사건의 107주년 기념일에 맞춰 발표한 성명에서 "아르메니아 제노사이드는 20세기 최악의 대규모 잔혹행위"라고 규정했다.
아르메니아 학살사건은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에서 1915∼1917년 아르메니아인이 탄압을 받아 대규모로 숨진 사태를 말한다.
역사학자들은 이슬람교를 믿는 오스만 제국이 1차 세계대전 시기에 적국이던 러시아와 내통한다고 의심해 기독교 소수집단인 아르메니아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본다.
제노사이드는 특정 소수집단을 아예 없앨 목적으로 물리적, 사회적, 문화적 폭력을 가하는 범죄로 국제협약을 통해 처벌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날 우리는 말살 공세 속에 추방되고 살해되며 걷다가 숨져간 아르메니아인 150만명을 기억하고 수많은 이들의 죽음을 애도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증오가 지닌 모든 형태의 해로운 영향력에 맞서려고 깨어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세상에 지워지지 않는 흉터를 남기는 잔혹행위에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이를 저지할 것을 다시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작년 4월 24일 아르메니아 집단학살 추모일이 찾아오자 자신의 대선 공약에 따라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이후 40년 만에 처음으로 이 사건을 제노사이드로 지칭했다.
미국의 전임 대통령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동맹국인 터키가 다른 역사관을 갖고 반대한다는 이유로 아르메니아 학살에 제노사이드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터키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르메니아인 학살사건이 제노사이드가 아니라며 반발했다.
터키 외무부는 "1915년 사건과 관련한 역사적 사실, 국제법과 부합하지 않는 성명은 무효"라고 성명을 통해 주장했다.
기본적으로 터키는 제노사이드는 법정에서 판결을 통해 규정할 수 있는 언어라는 입장을 견지한다.
터키는 많은 이들이 숨졌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30만명 가량인 실제 사망자 수가 크게 부풀려졌고 사망 원인도 시민 소요이며 무슬림 터키인들도 살해됐다고 주장한다.
이는 당시 무려 150만명에 달하는 아르메니아인들이 시리아 사막으로 내몰려 총살, 독살당하고 병에 걸려 죽었다는 역사학계의 연구결과와 다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제노사이드 언급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특히 주목을 받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에 동화시킬 목적으로 민간인 학살과 국가 정체성 파괴를 자행한다는 논란 때문이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제노사이드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잔혹행위가 제노사이드의 국제기준에 부합하는지는 법률 전문가가 따질 것이라면서도 "나한테는 그런 것(제노사이드)으로 보인다"고 최근 견해를 밝혔다.
제노사이드의 범죄구성 요건은 유엔이 1948년 채택한 '제노사이드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에 적시돼 있다.
여기에서 제노사이드는 특정 국가나 민족, 인종, 종교를 말살할 목적으로 자행되는 ▲집단 구성원 살해 ▲ 심각한 신체, 정신적 가해 ▲ 집단해체를 위한 생활여건 파괴 ▲ 출산억제 ▲ 어린이 강제 격리 등으로 규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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