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제조업 생산비용 급증…"장기화 땐 6.7% 늘어나"
산업연구원 보고서…대러 제재 현수준 유지시 유가 작년 대비 33%↑
사태 장기화로 대러 제재 강화시 유가 100% 급등·비철금속도 50%↑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국제사회가 민간인 학살 의혹을 계기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가운데 이번 사태 여파로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 생산비용이 적게는 약 2.4%, 많게는 약 6.7%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10일 공개한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 주요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에너지 및 주요 원·부자재 가격 상승을 초래하고, 이는 결국 국내 제조업의 생산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우선 우크라이나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돼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제재가 '미국의 강력 제재 및 유럽의 소극적 제재 참여'라는 현 수준에 그치는 '기본 시나리오'의 경우 올해 유가와 천연가스의 연평균 가격은 작년보다 33%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철금속의 가격 상승폭은 30% 수준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사태 장기화로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가 적극적으로 대(對)러시아 에너지 제재에 참여해 원유 공급 차질이 상당 기간 지속되는 '비관 시나리오' 하에서는 유가와 천연가스의 연평균 가격이 작년 대비 100% 급등하고 비철금속의 가격도 50%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러한 에너지와 원·부자재의 가격 상승이 주요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기본 시나리오(유가 33% 상승) 하에선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의 생산 비용이 평균 2.3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관 시나리오(유가 100% 상승) 하에선 생산 비용이 평균 6.66% 늘어나는 가운데 석유제품의 생산 비용은 56.16%나 증가해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된다. 그다음 증가폭은 화학제품 9.18%, 철강 4.99%, 섬유제품 2.95%, 자동차 2.53% 등의 순이었다.
보고서는 특히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평균 140달러 안팎을 기록할 경우 석유제품의 생산비용 증가폭이 56%를 상회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업종인 반도체는 생산비용 증가폭이 기본 시나리오에선 0.27%, 비관 시나리오에서도 0.74%에 그쳐 주요 제조업 중에서 가장 영향이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구리와 니켈 등 비철금속의 가격 상승이 제조원가에 미치는 영향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영향보다는 상대적으로 미미하나 이차전지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 원료인 니켈과 산업용 금속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구리의 특성을 고려할 때 생산 차질에 따른 피해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유가 상승이 결국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조원가 상승 시 제품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해 내수가 줄어드는 동시에 전 세계 경기가 둔화되면서 수출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본 시나리오 하에선 세계 경기가 0.65%포인트(p) 둔화되고, 이때 우리나라 제조업의 실질 수출은 1.18%p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비관 시나리오 하에선 제조업의 실질 수출이 3.55%p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또한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생산비용과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외에도 물가 상승 및 교역 조건 악화와 이로 인한 소득감소 및 내수 침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에너지 및 원부자재 공급망 차질과 관련해 수출·수입선 다변화, 중국을 비롯한 제3국의 공급망 활용 등을 통해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보고서는 아울러 현재 원자재 가격 동향 파악 중심으로 운영되는 원자재 관련 정보시스템을 시장 상황에 대한 분석·평가·전망 등의 정보가 포함되도록 보완하는 동시에 정부의 비축품목 확대와 비축량 증대, 비축자금 확대 등의 조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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