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미국, 핵협상 정치적 결정 떠넘기기…핵심 이견 여전한듯
서로 "타결 실패에도 대비" 힘겨루기…혁명수비대 테러조직 제외 등이 쟁점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핵협상을 벌이고 있는 이란과 미국이 서로 상대에게 '정치적 결정'을 떠넘기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1년 가까운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회담에서 최근 타결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양측은 핵심 이견을 여전히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3일(현지시간) 이란 반관영 메흐르 통신에 따르면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외무부 장관은 전날 셰이크 무함마드 알사니 카타르 외무장관과 통화하고 핵합의 복원 회담과 관련해 논의했다.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이란은 강하고 지속가능한 좋은 합의를 체결할 준비가 완전히 돼 있다"면서도 "협상에서 이란의 핵심 요구사항(red line)은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은 아랍 국가들 사이에서 고립 상태에 빠졌던 카타르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란 외무장관은 핵심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핵합의가 미국에 의해 깨졌을 경우에 대한 '경제적 보장'과 혁명수비대를 외국 테러조직(FTO) 명단에서 삭제하는 것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이에 대한 결정을 미국이 내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도 핵심 쟁점에 대한 결정의 책임을 이란에 돌렸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2일 취재진에게 "이란 핵협상 타결이 임박하지도, 확실하지도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면서 "어려운 정치적 결정을 내려야 할 책임은 이란 정부에 있다"고 밝혔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사실 우리는 핵합의가 복원되는 경우와 타결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시나리오를 모두 준비하고 있다"면서 "확실한 것은 어떤 경우에라도 이란이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는 점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들이 논의되고 있으며 미국은 동맹국들과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도 핵합의 타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며 협상 막바지에 미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신년(노루즈) 연설에서 외국에 영향을 받지 않는 국내 생산 증대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4월 6일 빈에서 이란,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 대표단이 모여 첫 핵합의 복원을 위한 당사국 회의를 열었다. 이란이 대화를 거부한 미국은 회담에 간접 참여했다.
이달 이란이 수감 중이던 나자닌 자가리-랫클리프 등 영국 이중국적자들을 석방하면서 타결 기대감은 더욱 커졌었다.
이란 언론과 외신들은 지난 20일부터 시작한 2주간의 노루즈 연휴가 끝난 뒤 핵협상의 '결론'이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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