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대이란 제재 위반…"미 상무부와의 합의는 계속"

(서울·홍콩=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윤고은 특파원 = 북한과 이란에 대한 제재 위반으로 중징계를 받았던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중싱)에 대해 미국 법원이 22일(현지시간) 집행유예 결정에 따른 기업 감독 기간을 예정대로 종료하라고 판결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텍사스주 연방 지방법원 에드 킨키드 판사는 ZTE의 5년 간의 감독 기간 종료일인 이날 이같이 결정했다.
ZTE는 2017년 미국 기업으로부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제품을 대규모로 사들인 뒤 이를 북한과 이란에 수출해 미국의 제재를 어긴 혐의를 받았다.
ZTE는 당시 제재 위반 사실을 인정하고 11억9천200만 달러(약 1조4천억원)에 달하는 민·형사상 벌금액과 5년간의 기업 감독 기간에 합의했다.
이 기간에는 미국 법률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ZTE는 2014∼2018년에 걸쳐 교육용 비자(J-1)를 활용해 중국인을 미국에 입국시킨 뒤 자사에 취업시킨 '비자 사기' 의혹으로 감독 기간의 법률 준수 의무를 위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이날 킨키드 판사는 문제의 '비자 사기 의혹'이 사실로 보인다면서도 ZTE에 대한 관찰 감독 기간이 법률상 최대치에 도달했다며 추가적인 처벌을 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킨키드 판사는 다만 정부가 해당 의혹에 대해 합리적인 수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이번 판결은 ZTE에 대한 형사 사건의 종료를 의미하지만 ZTE는 여전히 2018년 미국 상무부와 체결한 합의의 이행 대상이다"고 전했다.
미 상무부는 ZTE가 대북·대이란 제재 위반과 관련해 2017년 합의한 사항 중 경영진 징계를 이행하지 않자 2018년 4월 미국 기업과의 '7년간 거래 금지'라는 강력한 제재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두달 후 ZTE가 '제재 해제 합의' 사항인 벌금 10억 달러(약 1조2천억원)와 보증금 성격의 4억 달러를 예치함에 따라 제재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당시 상무부는 ZTE의 경영진과 이사회를 30일 이내에 교체하고, 미 정부가 미측 인력으로 구성된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팀을 선발해 ZTE 내에 배치하도록 했다.
ZTE는 이날 판결 후 로이터에 보낸 성명에서 "그간 회사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과 문화에서 큰 개선이 이뤄져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속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미국은 ZTE와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업체가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며 경계를 강화했다.
대북·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제재를 가한 데 이어 2019년 5월부터는 안보상의 이유로 자국 기업들에 대해 화웨이와 ZTE에 부품을 공급할 때 허가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또 2020년 5월부터는 미국의 장비를 사용해 부품을 생산한 외국 기업들에도 화웨이와 ZTE에 부품을 공급할 때 미국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미국은 이와 함께 2020년 6월30일 홍콩국가보안법이 통과되자 화웨이와 ZTE를 미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공식 지정하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미 기업이 이들 회사의 신규 장비 구매나 기존 장비 유지를 위해 정부 보조금을 사용하는 것은 금지됐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지난해 3월에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화웨이와 ZTE를 비롯해 하이테라, 하이크비전, 다화 등 5개 중국 기업을 국가안보 위협 기업으로 지정했다.
그런 와중에 ZTE는 비자 사기 의혹만 받은 게 아니라 2018년 법원 합의사항인 경영진 징계를 제때 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돼 당국의 감독 기간이 3년에서 5년으로 연장됐다.
미 법무부는 2020년 외국 정부 관리들에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ZTE에 대한 수사를 벌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