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홍콩매체 "중국, 유럽의 분노 걱정해야"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4일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유럽의 분노를 걱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지난 한 주는 여러 면에서 유럽을 영원히 바꿔놓았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분노가 유럽의 느리고 나태한 관료주의를 맹렬한 속도로 바꾼 동시에 중국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은 중국이 러시아가 전쟁을 중단하도록 설득할 힘이 있다고 보고 중국에 그러한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나, 이면에서는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에 대해 '침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등 개입을 꺼리는 것에 불만을 느끼고 있다는 설명이다.
프랑크푸르트평화연구소의 파스칼 앱 교수는 SCMP에 "세계는 일주일 전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곳이 됐다"면서 "이는 우리가 러시아를 어떻게 상대할 것이냐를 넘어 우리의 대중 정책에도 분명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독일을 비롯해 스웨덴, 핀란드, 스위스 등 그간 군사적 혹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취했던 일부 유럽 국가들이 오랜 원칙을 깨고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거나 제재에 동참했다.
SCMP는 "여러 유럽 학자와 연구원들은 독일의 정책 변화에 놀란 중국 측 파트너들에게서 연락을 받았고, 독일의 변화가 중국에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독일은 그간 내부적으로 안보와 중국 인권에 대한 우려보다 대중 수출에 더 관심을 둔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중국은 이를 독일의 실용주의 노선이라고 여겼으나 그러한 인식은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을 발표하면서 박살 났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지난 1일 중국에 전쟁을 중단하도록 러시아를 설득해달라고 요청한 것과 관련해 서유럽 외교관들은 "우리의 중국에 대한 기대감은 '제로'"라며 "지난 몇년간 코로나19와 다른 관계를 통해 우리가 배운 모든 것은, 우리는 중국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SCMP는 전했다.
이들 외교관은 "우리는 신속히 움직일 수 있음을 보여줬고, 중국은 걱정해야 한다"며 "이번 위기 이후 (중국에 대한) 더 많은 의구심이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SCMP는 "중국 관리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이들의 의구심을 부채질한다"며 "유럽연합(EU) 내 가짜정보를 연구하는 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중국 측과 관련된 정보 조작이 증가한 것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해당 팀 관계자는 중국 측은 가짜뉴스를 직접적으로 퍼뜨리는 대신 중국 정부의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들을 통해 서구사회의 취약점이나 부패와 관련한 동일한 메시지를 강조하고, 반대로 위기에 대응하는 권위주의 정권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들과 유럽의 다른 이들이 중국 관영매체의 행태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중국 매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소식을 지면 안쪽에 배치하던 것에서 과거 서방이 일으킨 전쟁에 대해 비난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독일 녹색당 소속으로 대중 강경파인 라인하르트 뷔티코퍼 의원은 "중국은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서서는 안 된다. 유럽은 중국의 선택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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