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G 백신으로 1형 당뇨병 치료 <美서 임상시험>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결핵 예방 백신인 BCG 백신이 1형 당뇨병 성인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초기 임상시험에서 나타나 청소년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이 미국에서 시작됐다.
1형 당뇨병은 인슐린 생산이 부족하거나 세포가 인슐린을 활용하는 기능이 떨어져 발생하는 2형(성인) 당뇨병과는 달리 면역체계가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의 베타 세포를 공격, 인슐린이 극히 적게 생산되거나 아예 생산되지 않아 발생하는 일종의 자가면역 질환이다.
1형 당뇨병은 진행을 되돌리거나 지연시킬 수 있는 약이 승인된 것이 아직 없다. 100년 전부터 인슐린만이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과 뉴욕 대학 메디컬센터는 1형 당뇨병 청소년 150명(12~17세)을 대상으로 BCG 백신으로 1형 당뇨병을 치료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시작했다고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의 과학 뉴스 사이트 유레크 얼러트(EurekAlert)가 2일 보도했다.
임상시험 참가 청소년 환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한 그룹엔 4주 간격으로 BCG 백신이 두 차례 접종되고 다른 그룹은 위약이 투여됐다.
앞서 1형 당뇨병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1상 임상시험에서는 BCG 백신이 혈당 조절의 생물지표인 당화혈색소(A1c)를 현저히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화혈색소란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의 혈색소(헤모글로빈) 분자가 혈액 속의 포도당과 결합한 것이다. 적혈구는 일정 기간(약 120일)이 지나면 새로운 적혈구로 대체되기 때문에 당화혈색소는 대체로 2~3개월 동안의 장기적인 혈당치를 나타낸다. A1c가 6.5%를 넘으면 당뇨병으로 진단된다.
BCG 백신은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의 베타세포를 공격하는 비정상 백혈구 생성을 차단하는 한편 면역체계가 자체 조직을 공격하지 못하게 막는 조절 T세포(Treg: regulatory T cells)의 기능을 회복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조절 T세포는 다른 면역세포에 적군인지 우군인지를 구분해 공격할 대상인지 아닌지를 알려주는 '평화유지군'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면역세포다.
만약 BCG 백신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1형 당뇨병만이 아니라 다발성 경화증, 셀리악병, 건선, 등 다른 자가면역 질환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BCG 백신은 1921년에 도입된 세계보건기구(WHO)의 필수 의약품(essential medicine) 중 하나로 세계의 1억 명 아이들에게 매년 투여되고 있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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