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조기졸업했지만…두산 재기, 가스터빈-수소 등 신산업에 달려
23개월만에 채권단관리 탈출…계열사 매각 등 자구안 성실 이행한 결과
가스터빈·SMR 등으로 재기 노리지만 성공 여부는 지켜봐야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직후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두산그룹이 약 2년 만에 채권단 관리체제를 조기 졸업한다.
구조조정을 촉발했던 핵심 계열사 두산중공업[034020]이 2020년 3월 산업은행에 긴급자금 요청한 지 23개월만으로, 애초 예정됐던 기간인 3년보다 1년여를 앞당긴 것이다.
비록 '뼈를 깎는' 자구안으로 채권단 관리 조기 탈출에는 성공했지만, 두산그룹의 재기를 위해서는 가스터빈, 수소 등 신산업의 성공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 계열사 매각·유상증자 등 '뼈 아픈' 구조조정…결국 모범사례로
27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하루 뒤인 28일부로 채권단과 두산그룹 간 체결한 재무구조개선 약정(MOU)에 의한 채권단 관리체제를 종결한다고 이날 밝혔다.
두산그룹이 채권단에 유동성 지원 요청을 한 지 1년 11개월 만의 조기 졸업이다.
앞서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이 자회사인 두산건설에 대한 자금지원 부담으로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되자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여기에 더해 원자력 등 전통 발전분야에 주력하는 두산중공업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여파로 실적까지 곤두박질치면서 위기는 더욱 심화됐다. 두산중공업은 국내에서 원전 설비를 공급하는 유일한 대기업으로, 원전 관련 매출 비중이 20∼25%에 이른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사태까지 덮치자 두산중공업의 시가총액은 2020년 초 6천억원대까지 쪼그라들었고, 결국 산은과 수출입은행은 같은 해 6월 두산[000150]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고 3조원이 넘는 긴급 자금을 수혈했다.
두산그룹도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계열사 보유 자산 매각과 두산중공업 자본 확충 등을 골자로 하는 자구안을 수립했다.
하지만 자구안 시행 과정은 생각보다 뼈아팠다.
'캐시카우' 계열사였던 두산인프라코어와 그룹의 상징이었던 동대문 두산타워가 각각 8천500억원, 8천억원에 매각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밖에도 두산솔루스(6천986억원), ㈜두산 모트롤사업부(4천530억원), 클럽모우CC(1천850억원), 네오플럭스(730억원) 등이 다른 기업의 손에 넘어갔다. 박정원 회장 등 대주주 일가도 두산퓨얼셀[336260] 지분을 무상으로 출연하며 현금 확보에 나섰다.
그룹 위기의 중심이었던 두산중공업도 긴급자금 수혈 후 두 차례나 유상증자에 나서며 힘을 보탰다.
두산중공업은 2020년 12월 실행된 유상증자로 1조2천억원을 확보한 데 이어 이달 또다시 1조1천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중 5천억원이 채권단 상환에 투입되면서 구조조정의 마지막 단추를 끼우는 역할을 했다.
적자의 늪에 허덕이던 두산중공업의 실적이 회복된 것도 채권단의 조기졸업 결정을 끌어낸 요인 중 하나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전년 대비 22.5% 증가한 11조8천77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8천908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됐다. 당기순이익도 6천458억원으로, 8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최근 10년 새 가장 빨리 채권단 관리 체제에서 벗어난 동국제강[001230]의 경우 2년이 소요된 것을 고려하면 두산그룹은 이보다 빨리 구조 조정을 마무리한 셈이다.
산은은 이날 두산그룹의 약정 조기 종료에 대해 "짧은 기간 계열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모범 사례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 구조조정 성공했지만 재계 순위 17위로…신산업 성공이 관건
구조조정은 마무리했지만, 재기를 위해 두산그룹이 갈 길은 아직도 멀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평가다.
특히 구조조정 과정에서 두산인프라코어 등 수익성 높은 계열사들을 대거 매각한 터라 가스터빈, 수소,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그룹의 신사업이 새로운 먹거리가 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0년대 초반 대기업집단 10위권까지 성장했던 두산그룹은 구조조정을 거치며 현재 17위까지 떨어진 상태다.
한때 20개가 넘었던 두산그룹 계열사도 두산중공업, 두산밥캣[241560], 두산퓨얼셀, 두산로보틱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등 10여개 남짓으로 줄었다.
두산그룹은 재무위기 극복 후 두산중공업의 가스터빈, 두산퓨얼셀의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중심으로 친환경 에너지 그룹 전환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두산중공업은 202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 비중을 6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에 따라 수소 가스터빈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은이 긴급자금 수혈 직후 컨설팅을 통해 두산그룹의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중심의 미래형 사업구조 개편' 계획을 모니터링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두산중공업은 세계 5번째로 개발한 가스터빈(가스를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방식)을 신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또 미국의 원자력발전 전문회사인 뉴스케일파워와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원전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SMR 상용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2025년 해상풍력에서만 연 매출 1조원 이상 달성을 목표로 해상풍력 개발에도 매진 중이다.
하지만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밀고 있는 이들 사업이 상용화와 수익 실현으로까지 이어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두산밥캣, 두산퓨얼셀 등 기존 계열사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이에 두산그룹은 새로운 먹거리 확보를 위해 국내 1위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기업인 테스나[131970]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이전과 비교해 규모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가스터빈, SMR 등 신사업에 투자하고 있어 앞으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신증권[003540] 이동헌 연구원은 "두산중공업 수주 실적의 지속성이 확보되고 있지만 신산업의 변동성이 변수"라고 분석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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