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인신매매 여성 제기한 이혼신청 불허 판결 논란
"부부애정 훼손 안됐다" 이유…"인신매매 면죄부" 비난 고조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이른바 '쇠사슬녀' 사건에 대한 중국 사회의 공분이 커지는 가운데 인신매매돼 강제 결혼한 여성들의 이혼 요구를 불허한 법원 판결이 도마 위에 올랐다.
관찰자망은 25일 '쇠사슬녀' 사건이 발생한 장쑤(江蘇)성 쉬저우(徐州)시 펑(豊)현의 인민법원이 인신매매 당한 여성들이 제기한 이혼소송을 기각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2014년 소송을 제기한 자오(趙)씨는 "납치돼 팔려 온 뒤 결혼식을 올리고 5년을 살았지만 원하지 않은 결혼이라 애정이 없다"며 이혼소송을 냈다.
그러나 당시 펑현 인민법원은 "부부의 정이 훼손됐다는 증거가 없다"며 이혼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또 다른 여성 왕(王)모 씨도 "인신매매로 끌려와 강제로 결혼한 뒤 성격이 난폭한 남편의 가혹행위에 시달려왔다"며 이혼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20여 년간 자녀를 낳아 기르는 등 행복 충만한 가정"이라며 불허했다.
관찰자망은 "법원의 핵심 잣대는 부부간의 감정 훼손 여부였다"며 "오랜 기간 결혼생활이 유지된 점을 들어 금슬이 깨지지 않은 것으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쇠사슬녀'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누리꾼들은 이 판결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누리꾼들은 "납치돼 끌려와 억지로 한 결혼인데 어떻게 부부간의 정이 있겠느냐"며 "법원 판결은 부녀자·아동 납치와 인신매매를 정당화하고,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성토했다.
법원 판결의 근거가 되는 법률에 문제가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전국정치협상회의 주정푸(朱征夫) 위원도 웨이보를 통해 "인신매매로 이뤄진 혼인이나 입양을 원인 무효로 하는 관련법 개정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쇠사슬녀' 사건은 지난달 26일 한 블로거가 펑현의 한 판잣집에서 쇠사슬에 묶여 갇혀 있던 여성 샤오화메이(小花梅)을 촬영,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현지 공안들은 쉬쉬했으나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진상 조사에 착수한 장쑤성은 이 여성이 3차례 인신매매를 거쳐 남편 둥(董)모(55) 씨에게 5천위안(약 94만원)에 팔려 와 8자녀를 낳고 지속적인 학대를 당한 사실을 확인했다.
둥씨는 불법 구금 혐의로, 이 여성을 납치해 팔아넘긴 쌍(桑)모 씨(48) 부부를 인신매매 혐의로 각각 체포됐으며 사건을 은폐·축소한 공무원 17명은 징계를 받았다.
세계 경제 2위로 부상했음에도 후진적인 인신매매와 가혹행위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 사건에 대해 분노와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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