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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크라 국경에선] 첫 기차로 허겁지겁 피란…"모두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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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크라 국경에선] 첫 기차로 허겁지겁 피란…"모두 패닉"
폴란드 국경도시에 의탁…"우크라이나에 두고 온 가족 눈에 밟혀"
기차역사에 임시 수용…군 출동해 피란민에 배식


(프셰미실[폴란드]=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24일(현지시간) 오후 폴란드 남동부 국경도시 프셰미실의 중앙역 5번 플랫폼에 도착한 기차에서 승객이 쏟아져 내렸다.
이날 새벽 러시아가 침공하자 수도 키예프에서 출발하는 첫 기차를 허겁지겁 잡아타고 국경 넘어 폴란드로 피란 온 우크라이나인들이었다.
예정된 시간보다 2시간 정도 연착한 기차에서 내린 이들은 10여 시간의 여정에 지쳐 보였다.
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졸지에 고국을 탈출해야 했던 이들은 전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면서도 한결같이 납빛 얼굴이었다.
우크라이나에 두고 온 가족 얘기를 하며 눈에 밟힌다면서 눈물을 글썽거리는 피란민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연인과 함께 가장 먼저 국경수비대의 검문을 통과한 이레나 씨는 "우리는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며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기차를 타기 전 키예프의 모습이 어땠냐는 질문에 "거리에 패닉이 가득하다"면서 "모든 게 미쳐 돌아가는 것 같았다"고 답했다.
연인 알렉산더 씨는 "이 기차에 탈 표를 구한 것만으로도 너무 큰 행운"이라면서도 "오늘은 조국에 너무 불운한 날"이라고 한탄했다.
고향인 우크라이나에 여행하러 갔다가 빠져나왔다는 티한 씨는 "불안이 어마어마하다"며 "갑자기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너무 불확실해졌고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유일한 목표는 폴란드나 슬로바키아로 가는 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친구 알렉스 씨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멈추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유럽 한복판에서 침공을 좌시한다면 다음 차례는 한국이나 일본, 중동이 될 수 있다"면서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세계질서를 망쳤다. 아주 안 좋은 신호"라며 "가족은 저항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남았다. 나도 이곳 동창들을 모아 우크라이나군을 돕기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찾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폴란드 의대에 재학 중이라는 안나 씨는 "공습 사이렌이 막 울리기 시작하던 때 기차에 타서 10시간을 달려왔다"면서 "기차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소식을 접하면서 진짜 전쟁이 났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너무 나쁘고 혐오스럽다"면서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래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비교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만큼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도와야 한다"고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10여km 떨어진 접경 도시 폴란드 프셰미실은 이날 피란민 행렬이 들이닥치자 부쩍 긴장된 모습이었다.
폴란드가 전쟁이 실제로 터지면 우크라이나에서 넘어오는 피란민이 1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피란민이 가장 집중될 길목에 있기 때문이다.

이날 프셰미실 중앙역에는 국경수비대와 경찰이 대거 출동했고 보이치에흐 바쿤 프셰미실 시장도 분주히 현장을 점검하는 모습이었다.
중앙역은 피란민을 위해 임시 수용소로 바뀌었다.
부모와 함께 낯선 곳에 온 아이들은 울음을 터뜨리다가 역사 안의 의자에 누어 불편한 잠이 들었다.
폴란드군은 이들을 위해 역에서 수프와 같은 따뜻한 음식을 배식하고 있었다.
이날 우크라이나와 서쪽으로 맞닿은 폴란드 국경을 넘어 육로로 유럽연합(EU)에 입국하는 피난민 행렬은 밤이 깊어질수록 늘어났다.
우크라이나 쪽 국경검문소 앞에는 대기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서 하룻밤 안에 입국이 불가능할 규모까지 늘어났다.





yuls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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