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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사도광산 에도시대 한정 세계유산 등재 '꼼수' 통할까
군함도 때도 1910년까지로 한정했지만 '역사 전체' 설명 요구받아
日 TF, 태평양전쟁 기간 자료도 수집…조선인 노동자 처우 증거 수집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일본 정부가 조선인 징용 현장인 사도(佐渡) 광산을 에도(江戶) 시대(1603∼1868)로 한정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다는 '꼼수'가 통할지 주목된다.
과거 일본이 조선인 징용 현장인 군함도가 포함된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할 때도 대상 기간을 1850년대부터 1910년까지로 한정했지만, 유네스코의 자문기구가 역사 전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 바 있어 이번에도 강제동원 관련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일본 정부, 사도광산 평가 기간 에도시대로 한정
일본 정부 관계자는 유네스코에 제출한 사도 광산 추천서의 대상 기간에 관해 "16세기에서 19세기 중반(에도시대)에 걸친 (사도 광산의) 생산 기술이나 생산 체제 등에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추천했다"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조선인 노동자가 대거 사도 광산에 동원된 태평양전쟁(1941~1945) 기간은 대상 기간이 아니라는 설명인 셈이다.
마이니치신문도 "일본은 사도 광산을 '16~19세기에 걸쳐 전통적 수공업에 의한 생산 기술과 생산 체제를 심화한 금 생산 시스템을 보여주는 유산'으로 삼고 있다"며 "평가 대상은 에도시대까지로 (태평양) 전쟁 기간은 대상이 아니라는 견해"라고 13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설정한 대상 기간이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여부를 결정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인정을 받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 유네스코 자문기구, 군함도 등재 때 역사 전체 설명 요구
2015년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의 세계유산 등재 때도 대상 기간과 관련한 논란이 있었다.
한국 정부가 군함도 등에서 조선인 강제노동이 있었다며 문제를 제기하자, 당시 외무상이었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1850년대부터 1910년까지 산업유산으로서의 현저한 보편적 가치에 주목했다"고 반박했다.
당시 유네스코 자문기구는 전체 역사를 알 수 있도록 설명할 것을 요구했고, 일본 정부는 태평양전쟁 기간 징용 정책을 이해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표명하면서 한국 측과 타협했다.
그 결과로 2020년 6월 도쿄에서 '산업유산정보센터'가 일반에 공개됐지만, 조선인 차별이나 강제노동이 없다는 옛 군함도 주민의 증언 위주로 전시 내용을 구성해 역사 왜곡 논란만 낳았다.
일본 정부가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관련 '징용 희생자를 기억하는 조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사실상 이행하지 않은 것도 한국 정부가 이번 사도 광산 세계유산 등재에 강력히 반발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등재 때는 대상 시설이 23개에 달해 역사 전체에 대한 설명을 요구받았지만, 이번에는 사도 광산 하나여서 다를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에는 조선인은 물론 중국인, 대만인, 심지어 연합군의 전쟁 포로까지 동원됐지만, 사도 광산에는 일본인을 제외하면 조선인만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가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구성한 태스크포스(TF)도 에도시대 사도 광산의 유산 가치를 증명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 일본 TF, 태평양전쟁 기간 설명 요구 대비 자료 수집
그러나 일본 정부도 한국이 강력히 반대하는 상황이어서 유네스코 자문기구가 태평양전쟁 기간에 관한 설명을 요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일본 정부의 사도 광산 TF는 전쟁 기간 조선인 노동자의 상황 등을 기술한 문헌을 수집해 자문기관의 문의에 대처할 방침이라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조선인 징용 노동자와 관련해 한일 간에 인식의 격차가 가장 큰 부분은 '강제노동'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마이니치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1932년에 체결된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노동 조약에 '전쟁의 경우에 강요되는 노무'는 포함되지 않다는 규정을 근거로 태평양전쟁 기간 '모집', '알선', '징용' 방식으로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는 강제노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다.
일제강점기에는 한국인이나 일본인 모두 일본 국민이었다는 시각에 기초한 견해다.
그러나 한국에선 일제의 한반도 식민 지배 자체가 위법이며 식민지 조선인과 일본인의 동원을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한국 정부는 사도 광산을 '조선인 강제노역 피해 현장'으로 규정하고 있다.
마이니치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조선인 징용 노동자의 강제노동 여부와 관련해 임금이 지급됐는지도 초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도 광산 TF는 조선인 노동자의 임금을 포함한 처우에 관한 증거 수집을 서두를 태세다.
한국 정부도 지난 4일 이상화 외교부 공공외교대사 주재로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 대응 민관 합동 TF' 첫 회의를 개최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해 나가기로 했다.
ho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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