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中, 한국내 반중정서 확산 경계…강온 양면대응
주한中대사관·관영매체, 대화 강조 동시에 韓정치인·언론에 견제구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이 베이징동계올림픽 판정 논란과 개회식 한복 등장 등을 계기로 한 한국 내 반중 정서 확산을 경계하며 강온 양면의 대응을 하고 있다.
수교 30주년의 해에 대화와 교류를 통해 양국 관계 악화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내달 한국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반중 정서 활용 가능성을 강하게 견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대응에 주한 중국대사관과 관영 매체가 전면에 나섰다.
대사관은 8∼10일 사흘 연속으로 입장문을 냈다. 8일에는 한복이 "한반도의 것이며 또한 중국 조선족의 것"이라며 '문화공정' 등 주장을 반박한 데 이어 9일 판정 논란에 대해 "일부 한국 언론과 정치인들은 중국 정부와 베이징 올림픽 전체에 화살을 돌리고 심지어 반중 정서를 부추기며 양국 국민의 감정을 악화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사관은 10일 '홈 텃세 판정' 논란의 당사자인 황대헌이 쇼트트랙 1,500m에서 우승한 데 대해 이례적으로 축하 메시지를 냈다.
또 관영 영자지인 글로벌타임스는 11일 한국과 중국이 올림픽 계기에 불거진 양국 네티즌 간의 감정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전날에는 황대헌의 1,500m 우승이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존중을 받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런 '온탕' 메시지와 동시에 글로벌타임스는 11일자 기사에서 한국 정치인들이 반중 정서를 선동하고 있다는 중국 전문가 주장을 소개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遼寧)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쇼트트랙에서 페널티 시비는 일상적이지만 일부 한국 네티즌들의 부정적인 반응은 다소 비이성적이며 일부 정치인들은 이번 선거에서 표심을 얻기 위해 반중 감정을 과장해 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한 중국대사관의 입장과 글로벌타임스의 논조가 냉·온탕을 빠르게 오가는 것에서 보듯 최근 한중 간의 감정 악화를 보는 중국의 시선은 복잡하다.
우선 치열한 미중 전략경쟁에 임하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 한국 내 반중 여론 심화가 미·중 사이에 나름대로 균형을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한국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흔들까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내달 9일 한국 대선이 예정된 가운데, 차기 한국 정부가 반중 여론 속에서 한미동맹을 더 강화하고, 미국의 대중 압박에 동참하게 되는 상황을 피하려는 것이 중국의 최우선 고려 사항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국은 최근 한국 내 반중 정서와 맞물려 중국 내 반한 정서가 온라인에서 불붙고 있을 때 그것을 민족주의·애국주의 고취로 연결하려 하기보다는 진화하려는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모습이다.
동시에 중국은 한국 정부에 대한 비판은 절제하면서 '일부 한국 정치인과 언론이 반중 정서를 선동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냄으로써 앞으로의 대선 국면에서 반중이 중요한 외교·안보 이슈로 부각되지 않게끔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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