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난민 참상도 언급…"지중해는 거대한 공동묘지"
"어릴 적엔 돈 많이 버는 정육점 주인 되고싶었다" 회상
(서울·바티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박수현 통신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 후 처음으로 TV 토크쇼에 출연해 신과 이주자, 취미 등 여러 주제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6일(현지시간) dpa·AP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의 인기 토크쇼 '케 템포 케 파'(Che tempo che fa)에 나와 진행자와 장시간 대담했다.
인터뷰는 교황이 관저로 쓰는 바티칸시국 '산타 마르타의 집'과 스튜디오가 위치한 밀라노를 연결해 원격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진행자가 무고한 아이들이 고통을 겪는 것을 신이 왜 내버려 두는지 묻자 교황은 "그것에 대한 설명은 없다"고 답했다.
교황은 이어 "내 믿음을 갖고 하느님을 사랑하려고 노력한다. 다만 왜 아이들이 고통받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험담과 괴롭힘이 우리 사회에서 큰 위험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험담은 정체성을 파괴한다"며 이는 가족과 공동체를 분열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온 이주민·난민의 참담한 상황도 다시 화두로 삼았다.
교황은 오늘날 지중해가 이주민·난민의 거대한 '공동묘지'가 되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이러한 비극이 더는 지속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지중해에서 난민 구호 활동을 하는 선박들이 연안 국가들로부터 입항 허가를 받지 못하고 떠도는 가혹한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는 점도 언급하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이어 유럽 각국은 이주민들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더 나은 삶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유럽 차원의 연대와 이주민 할당제 합의 필요성 등을 되짚었다.
진행자가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러시아의 침공 위협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유럽 내 긴장을 언급하자 교황은 "전쟁은 항상 파멸"이라며 거듭 강한 반전 메시지를 보냈다.
또 환경 문제와 관련해서는 "바다에 플라스틱을 버리는 것은 범죄"라며 "생물다양성을 죽이고 지구와 모든 것을 죽인다"고 지적했다.
가톨릭교회 이슈에 대해선 성직자가 교회의 주역이라고 보는 '성직자 중심주의'(Clericalism)의 폐해를 거론하며 이러한 인식이 이데올로기적 사고방식을 갖는 성직자를 양산하고 교회를 왜곡하고 변질시킬 수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다소 무거운 주제를 벗어난 가벼운 이야기도 오갔다.
교황은 지난달 로마의 한 음반 가게를 깜짝 방문한 것과 관련해서는 클래식 음악을 매우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고향인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 아르헨티나 사람들처럼 탱고를 좋아한다고도 덧붙였다.
교황이 외롭다고 느끼거나 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친구가 필요하며 자신도 그러한 친구들이 있다면서 "적지만 진정한 친구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어릴 적 꿈이 무엇이냐'고 묻자 어릴 때 할머니와 정육점을 가던 때를 되돌아보며 돈을 많이 버는 정육점 주인을 보고 정육점 주인이 되고 싶었다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교황은 2013년 취임한 이후 여러 차례 이탈리아 혹은 다른 나라 매체의 인터뷰에 응해왔으나 토크쇼에 정식 출연해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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