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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행복 우선 국가' 부탄의 방역 성공기
코로나 사망 총 4명 그쳐…세계 첫 성인 백신접종 완료 등 총력전
국민 행복 초점 정책에 총리의 '애민 행보' 더해져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로타이 체링 부탄 총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자국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다.
체링 총리는 "또 한 명의 귀중한 목숨이 코로나19로 희생돼 총알에 맞은 것 같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우리가 더 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쓰라리게 상기시킨다고 덧붙였다.
방역과 치료에 더 집중했다면 아까운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한 것이다.
한 국가의 정상이 일반 자국민 1명의 코로나19 감염 사망에 대해 이처럼 직설적으로 감정을 드러낸 것은 이례적이다.
더군다나 부탄의 경우 이번 사망까지 코로나19 사태로 숨진 환자의 수는 총 4명(이하 월드오미터 기준)에 불과하다.
인구 80만명의 작은 나라라는 점을 고려해도 부탄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극히 적은 셈이다. 누적 확진자 수는 5천532명이다.
특히 한동안 10명 미만이었던 신규 확진자 수가 최근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300명을 넘어서기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방역은 꽤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하지만 체링 총리는 '더 잘 할 수 있었다'고 '자책'한 것이다.
체링 총리의 이런 자세는 취임 후 그가 보여준 애민 행보, 전통적으로 국민 행복감에 초점을 맞춰온 정부 정책 등과 맞물려 더욱 눈길을 끈다.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부탄은 국민 행복에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 잘 알려진 나라다. 경제 지표 개선이나 세계화보다 국민총행복(GNH·Gross National Happiness)이라는 개념을 앞세워 주목받았다.
이같은 국가 정책 방향 속에 2018년 11월 취임한 체링 총리는 어느 정치 지도자보다 더 국민에 헌신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비뇨기과 의사 출신인 그는 주말에는 직접 환자 치료에 나서는 등 낮은 자세로 민생을 돌보고 있다.
방글라데시, 미국 등에서 의학을 공부한 체링은 부탄에서 첫 손에 꼽히는 비뇨기과 의사가 됐으며 2013년 정치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해 총선에서 낙마했고 소속 정당 브루그 니암럽 초그파(DNT)도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등 정치인으로는 고전했다.
그럼에도 그는 묵묵히 오지 무료 의료 활동 등을 이어갔고 2018년 총선에서는 낙승을 거뒀다.

체링은 선거 과정에서 의료 서비스에 더욱 신경 쓰겠다고 약속했다.
부탄은 평균 수명이 늘고 영유아 사망률이 낮아지는 등 보건 분야가 발전하는 중이지만 최근에는 알코올 중독이나 당뇨 등과 관련한 합병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체링은 총리가 된 후 공약을 지켜 나가겠다며 의사 가운을 총리실에 걸어두기도 했다.
그는 과거 외신과 인터뷰에서 "나는 병원에서는 환자를 치료하고 동시에 정부에서는 의료 정책을 개선하려고 노력한다"며 죽을 때까지 환자를 돌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체링 정부는 백신 확보와 접종에 전력을 기울였다.
지난해 3월에는 불과 11일만에 47만명에 대한 1차 접종을 마쳤다.
민관 협력 덕분에 53만명으로 추산되는 부탄 성인의 89%가 '무서운 속도전'을 소화한 것이다.
1차 접종에는 이웃 나라 인도로부터 기증받은 55만회분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투입했다.
그런데 인도가 이후 코로나19 대확산을 겪으면서 백신 부족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부탄에 대한 추가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그러자 부탄은 국제사회 기부 요청을 통해 난관을 헤쳐나갔다.
이에 미국이 코로나19 국제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를 통해 모더나 백신 50만회분을 전달했고, 덴마크도 25만회분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기부했다.
백신이 들어오자 부탄 정부는 또다시 속도전에 나섰다.
지난해 7월에도 1주일만에 성인 45만4천명에 대한 2차 접종을 완료하면서 세계에서 처음으로 성인에 대한 백신 접종을 완전히 마무리 짓기도 했다.
같은해 12월에는 남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부스터샷(추가 접종) 시행에 돌입하는 등 방역 총력전을 이어가고 있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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