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시위자극 발언…조지아주 검찰, FBI에 신변보호 요청
집회서 "악랄한 검사들 불법행동하면 대규모 시위 일어나길" 선동
CNN도 "가장 위험한 발언…너무 무책임" 트럼프 비판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개입 수사를 진행 중인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패니 윌리스 검사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연방수사국(FBI)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말 집회에서 한 발언으로 수사팀에 대한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AP,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윌리스 검사장은 이날 FBI 애틀랜타 지부에 서한을 보내 자신의 집무실이 있는 법원 청사와 정부센터에 대한 위험성 평가를 즉각 시행하고 정보요원 등 보호 자원을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이같은 보호요청은 지난달 29일 텍사스주 콘로에서 열린 집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 연설 때문에 나왔다.
그는 "과격하고 악랄하면서 인종차별주의자인 검사들이 잘못되거나 불법적인 행동을 한다면 워싱턴DC, 뉴욕, 애틀랜타 등지에서 벌어졌던 시위 중 가장 큰 규모의 시위가 다시 일어나길 바란다"며 "왜냐하면 우리나라와 선거는 부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 출마할 계획을 밝히고,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작년 1월 6일 발생한 의회난입 사태로 처벌받은 참가자를 사면할 생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윌리스 검사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텍사스의 공개행사에서 한 발언으로 안전 우려가 고조됐다"며 "수백만명이 이 행사를 지켜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면 발언과 맞물려 본인의 선거 개입 의혹을 조사 중인 검찰을 겨냥한 표현이 더욱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윌리스 검사장은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조사 중이며, 특히 그가 브래드 래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선거 결과를 뒤집도록 압박한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그는 5월 2일 특별대배심이 시작될 예정이라며, 그 전에 FBI의 조치가 이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저와 직원들은 누구에게도 영향을 받거나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언론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큰 우려를 표명했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말 연설 중 특히 검사들을 공격하며 대규모 시위를 선동한 이 발언이 가장 위험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CNN은 아직도 2020년 선거를 도둑맞았다는 그의 주장을 믿는 이들이 많다는 점에서 더욱 걱정스러운 발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달 초 실시된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전히 공화당원 10명 중 7명은 대선에서 부정행위가 만연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엔 순진하게 굴 수 없을 것"이라며 "작년 1월 6일 그 연설을 한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작년 경험을 토대로 지지자들이 폭력을 쓰고 유혈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 그런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자극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너무나도 무책임하다는 비판이다.
그러면서 공화당 지도부 전원이 이런 행동을 비판해야 하고, 법체계가 공정하게 내리는 어떤 결정이든 지지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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