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마크롱 통화…"우크라이나 긴장완화 필요성에 공감"(종합)
푸틴 "美·나토 답변서 러 우려 고려안돼…우크라 침공 계획없다"
마크롱 "이웃국가 주권 존중해야"…젤렌스키, 전쟁위기설 조장 경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1시간 이상 통화하고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크렘린궁과 엘리제궁이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통화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준비설로 고조된 위기와 관련 "이웃국가들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문했고, 이에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크렘린궁은 이날 정상 통화 뒤 보도문을 통해 "푸틴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 간에 긴 통화가 이루어졌다"면서 "러시아에 대한 장기적이고 법률로 명시된 안전보장 제공 문제가 대화의 주요 주제였다"고 전했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통화에서 "러시아 측이 26일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부터 받은 (러시아 제안) 안전보장 협정 초안에 대한 서면 답변을 주의 깊게 검토할 것이며, 그 뒤 (러시아의) 추가 행동에 관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미국과 나토의 답변에서 나토 확장 금지와 러시아 국경 인근으로의 공격 무기 배치 금지, 유럽 배치 나토 군사력 및 인프라의 1997년 수준 회귀와 같은 러시아의 원칙적 우려가 고려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러·나토 양자 기본 문서 등에 명시된 '안보 불가분성'의 원칙, 즉 '누구도 다른 나라의 안보를 희생해서 자신의 안보를 강화해선 안된다'는 원칙을 어떻게 준수할 것인지와 같은 핵심적 문제를 무시했다는 점도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분쟁 해결을 위한 '민스크 협정', 특히 우크라이나에서 분리·독립을 선언한 도네츠크공화국과 루칸스크공화국 당국과의 직접 대화 추진과 돈바스 지역 특수지위에 대한 법적 보장 조항 등의 철저한 이행 중요성을 강조했다.
러시아와 프랑스 양국 정상은 지난 26일 파리에서 열린 '노르망디 형식 회담' 참가국 정상 정책보좌관 회의 결과를 토대로 해당 형식의 틀 내에서 러시아와 프랑스 양국이 협력을 계속해 나가자는 의지를 확인했다고 크렘린궁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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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 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의 측근은 이날 전화통화 뒤 언론 브리핑에서 "통화는 우리가 긴장완화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도록 했다"면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측근은 또 "푸틴 대통령이 프랑스 및 그 동맹국들과 대화를 지속하길 원한다고 밝혔고, 대결을 원치 않는다고 매우 분명히 말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측은 이날 통화를 기본적 차이와 함께 대화를 지속하길 원하는 공통의 희망을 부각한 '진지하고 존중할 만한 것'으로 평가했다.
반면 로이터 통신은 프랑스 관리를 인용해 "양측의 대화가 진지했다"면서도 "푸틴 대통령이 미국과 나토가 러시아에 안전보장을 약속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이웃 국가들의 주권이 존중돼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이 관리는 소개했다.
이 관리는 또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분쟁 해결을 위한 노르망디 형식 4자회담과 관련 "푸틴 대통령은 대화를 계속하길 원하며 '민스크 협정'이행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노르망디 형식 회담은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분쟁 해결 방안 논의를 위한 러시아·우크라이나·프랑스·독일 4개국 대표 회담을 일컫는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돈바스 지역의 친러 분리주의 반군은 지난 2015년 2월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프랑스·독일 4개국 정상이 참석한 노르망디 형식 회담 뒤 중화기 철수, 러시아와의 국경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통제 회복, 돈바스 지역의 자치 확대와 지방 선거 실시 등을 규정한 민스크 협정에 서명했으나 이 협정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분리주의 반군을 지원하는 러시아가 군대를 완전히 철수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반군과의 대화를 거부하면서 돈바스 지역의 자치 지위 허용을 위한 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노르망디 형식 회담을 통해 돈바스 분쟁을 해결하려 시도하고 있으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입장차가 커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노르망디 형식 회담 참가 4개국 정상 정책 보좌관들은 앞서 프랑스 파리에서 회동해 돈바스 분쟁 해결책을 논의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2주 뒤 베를린에서 다시 회동하기로 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지나친 우크라이나 전쟁위기설 조장을 거듭 경계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외국에서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느끼고 있다"면서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긴장 고조가 가능하지 않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 같은 '공황'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서 서방측의 과도한 위기 조장 자제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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