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 논의 시동…전문가 의견 청취 시작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국내외 안보 환경 변화를 이유로 대대적인 방위력 확충을 추진하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일본 정부가 안보 관련 3대 전략 문서 개정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6일 이들 문서 개정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듣기 위한 첫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첫 국가안보전략 책정에 관여했던 모리모토 사토시(森本敏) 전 방위상,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전 국가안보국장 등 외부 전문가 3명이 참석했다.
정부 측에서는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국가안보국장과 외무·방위성 당국자가 참석했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 향상과 중국에 의한 군사적 균형의 급속한 변화에 대응한다는 명분 등을 내세워 국가안보전략, 방위대강, 중기방위력정비계획 등 안보 관련 3대 전략문서의 연내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외교·방위 정책의 기본지침을 담은 국가안보전략은 2차 아베 정권 시절인 2013년 12월 처음 만들어진 후로 지금까지 개정 없이 유지되고 있다.
또 대략 10년간 일본 정부가 추진할 방위력 목표 수준을 보여주는 방위대강과 이를 토대로 향후 5년간의 방위비 예상치와 필요한 방위장비 수량을 정하는 현행 중기방위력정비계획은 2018년 12월 결정된 것이다.
이들 문서 개정을 놓고 일본 방위정책의 대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적기지 공격 능력 확보 명기 여부가 최대 쟁점이다.
적기지 공격 능력 확보는 유사시에 적국을 원거리에서 선제 타격할 수단을 보유하겠다는 것이어서 분쟁 해결 수단으로 전쟁을 영구적으로 포기하고 전력도 보유하지 않는다고 규정된 현행 일본 헌법 제9조에 근거한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에 배치된다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기시다 총리는 26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모든 선택사항을 배제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검토하겠다"며 방위력 강화를 서두르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도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대해선 미국과의 역할 분담 원칙을 유지하면서 헌법과 국제법 범위에서 보유의 시비(是非)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 문제 외에는 군사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어떻게 규정할지와 미중 간의 패권 다툼 과정에서 중요성이 부각된 경제안보 문제를 어떻게 기술할지가 주요 논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교도통신은 첫 회의에서는 새 안보 전략의 큰 방향성과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 최소 3차례 이상 전문가 의견 청취 회의를 더 열어 인공지능(AI), 양자기술, 우주·사이버 등 안보와 연관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전문가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안보 관련 3대 전략 문서 개정을 위한 논의를 작년 12월 먼저 시작한 집권 자민당은 오는 5월 제언을 정리해 정부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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