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영국 총리…여당 중진의원 '신의 이름으로' 사임 요구(종합)
탈당 후 야당 행 의원 등장…코로나19 방역규제 해제 승부수 통할까
언론에 차기 총리 후보감 소개 등장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파티게이트'로 인해 영국 총리의 앞날이 바람 앞에 놓인 등불처럼 위태롭다.
여당 중진 의원이 공개적으로 물러나라고 요구하고 초선 의원은 탈당해서 야당으로 옮긴 상황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방역규제 해제라는 승부수를 띄웠으나 효과는 아직 미지수다.
언론은 벌써 불신임 투표 날짜를 점치고 차기 총리후보를 소개하고 있다.
존슨 총리는 19일(현지시간) 의회 총리 질의응답(PMQ)에서 야당의 맹공뿐 아니라 여당 의원들의 반란까지 막아내느라 진땀을 흘렸다.
특히 보수당 중진인 데이비드 데이비스 의원의 사임 요구는 파장이 컸다.
데이비스 의원은 네빌 체임벌린 전 총리에게 보수당 의원이 했던 말을 다시 상기시켜주겠다면서 "신의 이름으로, 물러나라"고 말했다.
이는 원래 크롬웰의 발언인데 2차대전 직전 히틀러의 술책에 넘어가 뮌헨협정에 서명한 체임벌린 전 총리에게 사임을 요구할 때 쓰였다.
텔레그래프지는 윈스턴 처칠을 모델로 삼는 존슨 총리에겐 극도로 모욕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브렉시트 장관인 데이비스 의원은 전날 존슨 총리가 인터뷰에서 총리실 파티가 방역규정 위반이라는 것을 아무도 경고해주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책임을 지지 않는 데 실망해서 지지를 철회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보수당 크리스천 웨이크퍼드 의원은 이날 탈당해서 제1 야당 노동당으로 옮겼다. 존슨 총리 발언 직전에 등장해 반대편 노동당 자리로 가는 모습에 보수당 의원들은 놀라는 표정이었다.
웨이크퍼드 의원은 입장문에서 "총리와 보수당 전체가 영국에 걸맞은 지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웨이크퍼드 의원은 전통적으로 노동당 우세 지역인 잉글랜드 북부 맨체스터 인근 베리 사우스에서 2019년 총선 때 노동당 의원을 꺾고 당선됐다.
그는 이미 평의원 협의회인 '1922 위원회'에 총리 불신임 서한을 보냈다.
존슨 총리는 방어에 나섰다.
이날 의회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 재택근무 권고, 백신패스 등의 방역규제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확진자 자가격리도 곧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등학교 학생 교실 내 마스크 착용 의무 폐지 등을 언급하자 보수당 의원들은 환호했다.
존슨 총리는 과학자들이 오미크론 변이 정점이 지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 다시 10만명을 넘는 등 아직 안정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시점에 이런 발표가 나오자 도박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존슨 총리는 보수당 평의원들을 만나며 불신임 투표까지 가지 않도록 설득하고 있다. 전날 눈물까지 보였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총리실은 부인했다.
총리실 공보비서는 존슨 총리가 자리를 유지하며 다음 선거까지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자신의 운명이 걸린 수 그레이의 조사 보고서가 다음 주 나올 것 같다고 말했지만 이후 총리실 공보비서는 아직 진행 중이라고만 알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 언론들은 차기 주자 소개 기사를 올리기 시작했다.
텔레그래프지는 리시 수낙 재무부 장관, 리즈 트러스 외무부 장관, 마이클 고브 주택부 장관, 도미닉 라브 부총리, 사지드 자비드 보건부 장관과 2019년 경선에서 존슨 총리와 끝까지 경쟁한 제러미 헌트 의원을 꼽았다.
mercie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