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저명 경제학자 "370조원 돈 찍어 아이 5천만명 더 늘리자"
"유일하고 가장 현실적 저출산 대응 방안"…"현실성 없다"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에서 한 저명 경제학자가 370조원의 돈을 찍어내 출산을 지원하자는 파격적 주장을 내놔 화제가 됐다.
중국에서는 저출산으로 인한 급속한 노령화가 장래 경제 발전의 심각한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12일 온라인 매체 펑파이(澎湃) 등에 따르면 헝다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유명 경제학자 런저핑(任澤平)은 지난 10일 발표한 인구 정책 보고서에서 중앙은행이 2조위안(373조원)을 인쇄해 출산 장려 기금을 조성하자고 공개 제안했다.
기금 운용을 통해 향후 10년에 걸쳐 총 5천만명의 어린이가 더 태어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2조위안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3% 수준에 달한다.
런저핑은 "이 방법을 통해 국민과 기업, 지방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중국의 저출산 노령화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며 "우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는 유일하고 가장 현실적인 해결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1980년대생까지만 해도 아이를 많이 갖는 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사고가 남아 있지만 1990년대생부터는 아예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최대한 빨리 출산 장려 기금을 설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정부가 산아제한 정책을 사실상 폐지하면서 출생을 장려하고 있지만 저출산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져 가고 있다.
2020년 출생 인구는 1천200만명으로, 대약진 운동이 초래한 대기근으로 수천만명이 사망한 1961년 이후 최저였다.
2020년 기준 중국 인구(14억1천177만8천724명)는 여전히 14억명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저출산으로 '인구 절벽'에 근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체 인구에서 15∼59세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은 2010년 70% 이상이었지만 지난해 63.4%까지 떨어졌다. 반면 노령화 현상의 가속화로 60세 이상은 같은 기간 13.3%에서 18.7%로 크게 올랐다.
한국 등 국가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갈수록 어려워지는 취업, 소득 대비 너무 높은 집값, 양육비 부담 등이 결혼과 출산을 억제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령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 이미 강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런저핑의 과감한 주장이 중국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지만 일부 관영 매체와 인구학자들은 그의 주장에 현실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신경보(新京報)는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자는 런저핑의 주장이 기본 경제 원칙에서 너무 멀리 벗어난 것이라면서 이런 방식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해 양육비를 더욱 높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훙하오(洪灝) 교통은행 수석 전략가도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 "해외 경험에 비춰봤을 때 돈을 인쇄하는 것과 출산율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출산 장려 기금을 만드는 것은 헛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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