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전 대통령, 현 대통령에 안보회의 의장 자발적 이양"(종합)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대변인이 발표…해외 도피설도 부인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대규모 시위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카자흐스탄의 실권자로 알려진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 사임 이후에도 유지하던 국가안보회의 의장직을 자발적으로 그만 둔 뒤 현 대통령에게 자리를 이양했다고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대변인이 9일(현지시간) 밝혔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아이도스 유키베이 대변인은 "현재 상황이 매우 엄중하기 때문에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국가안보회의 의장직을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현 카자흐스탄 대통령에게 넘겨주기로 직접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폭동과 테러에는 국가 지도부의 즉각적이고 강경하며 타협할 수 없는 대응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5일 내각 총사퇴안을 수리하면서,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을 국가안보회의(NSC) 의장직에서 해임하고 직접 의장을 맡는다고 밝힌 바 있다.
유키베이는 또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현재 카자흐스탄 수도인 누르술탄에 있으며 토카예프 대통령을 지원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세간에 떠도는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해외 도피설을 부인한 것이다.
앞서 현지 언론매체 오르다(Orda.kz)는 7일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먼저 카자흐스탄을 떠났고, 곧이어 딸들이 그의 뒤를 따라 출국했다면서, 가족들 가운데 그의 동생인 볼라트만이 카자흐스탄에 남았다고 보도했다.
올해 82세인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구소련 시절인 1989년 카자흐스탄 공산당 최고통치자인 제1서기(서기장)직에 올랐고, 1991년 구소련 붕괴 이후부터 2019년 자진 사임할 때까지 근 30년간 대통령을 지냈다.
그는 대통령 자리에 물러난 뒤에도 국가안보회의 의장직을 유지하고 '국부'(國父) 지위를 누리면서 '상왕 정치'를 해왔다.
현 대통령인 토카예프 대통령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보좌관 출신으로 최측근이다.
카자흐스탄에선 지난 2일 연료값 급등에 불만을 품은 서부지역 주민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항의 시위를 벌였고, 뒤이어 이 시위는 대규모의 전국적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이에 카자흐스탄 정부는 전국에 국가비상사태와 야간 통금을 선포하고 군경을 배치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과격 반정부 시위를 벌이는 시위대에는 군이 경고 없이 조준사격 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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