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파르테논 신전 조각 일부 그리스에 반환…영국은?
"런던 영국박물관 소장품 '엘긴 마블' 반환 압력 높아질 듯"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이탈리아가 파르테논 신전의 동편 프리즈(띠 모양의 부조)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을 원주인인 그리스에 반환하기로 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파르테논 신전의 거대 부조 조각인 '엘긴 마블'을 반환하라는 요구를 받아온 영국에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탈리아가 돌려주는 조각은 아프로디테 또는 아르테미스로 추정되는 여신의 옷자락 아래로 살짝 엿보이는 발을 묘사한 것으로, 현재 시칠리아 주도 팔레르모의 안토니노 살리나스 고고학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팔레르모대학은 이 조각을 시칠리아와 몰타에 파견됐던 영국 영사 로버트 파건이 사망한 1816년 이후 그의 부인에게서 사들였다.
이탈리아 측은 이 조각을 시칠리아와 그리스 간 문화교류 협약의 일환으로 4년간 대여하는 형식으로 그리스에 반환하기로 했다. 대여 기간은 4년 더 추가할 수 있고, 이탈리아 문화부의 승인이 있으면 무기한 연장도 가능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사실상 이 조각은 그리스에 영구 반환되는 셈이다.
그리스는 그 대신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기원전 5세기 아테네 여신의 머리 없는 조각상과 기원전 8세기 항아리를 안토니노 살리나스 박물관에 빌려줄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시칠리아 당국과 그리스 정부의 수년에 걸친 협상 끝에 성사됐다.
알베르토 사모나 시칠리아 문화국장은 "'태생'이라는 맥락에서 파르테논 신전에 속한 작으면서도 상징적인 조각을 돌려보내는 것은 매우 강력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며 "이번 조치는 또한 (문화재 반환과 관련한) 국제적 논쟁에 대한 응답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사모나 국장은 이어 "하지만 우리는 그런 논쟁에 직접 끼어들고 싶지는 않다"며 "우리에겐 이번 반환은 공통의 역사를 공유한 그리스와 시칠리아라는 지중해 두 지역간 우정의 표시"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의 이번 조치는 엘긴 마블로 불리는 파르테논 신전 부조 조각을 소장하고 있는 영국 런던의 영국박물관에 반환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그리스는 고대 그리스 문명의 대표적인 유적인 파르테논 신전의 일부인 엘긴 마블을 영국에서 되돌려 받기 위해 오래전부터 노력해 왔다.
지난해 11월에는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엘긴 마블의 반환을 재차 요구하기도 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엘긴 마블을 돌려주면 그리스가 보유한 다른 귀중한 문화재를 영국박물관에 빌려주겠다고 제안했으나 존슨 총리는 "반환은 영국박물관이 결정할 문제이지, 정부에서 관여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존슨 총리는 이 회담 이전에는 엘긴 마블이 적법하게 반출된 문화재기에 영국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엘긴 마블은 파르테논 신전 외벽 상단에 길이 163m로 장식됐던 프리즈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그리스가 오스만제국에 점령됐던 19세기 초 당시 오스만제국 주재 영국 외교관이던 엘긴 경이 뜯어 영국으로 옮겼다.
영국을 대표하는 박물관인 영국박물관은 1816년 이를 엘긴 경으로부터 구입해 오늘날까지 전시하고 있다.
영국박물관 측은 엘긴 경이 오스만제국의 승인을 받아 합법적으로 반출한 문화재이기에 반환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그리스 정부는 엘긴 마블에 대한 영국박물관의 소유권을 뒷받침할 문서가 마땅치 않다면서, 응당 엘긴 마블을 원래 자리로 옮겨 파르테논 신전이 제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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