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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자영업자 폐업 안 하는 게 코로나 사태 호전 기대 때문?
폐업시 대출금 상환하고 정부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게 더 큰 이유
폐업 신고 않고 문 잠근 채 배달기사 뛰는 자영업자도 많아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다시 악화하면서 600만명이 넘는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영업자의 폐업이 예상 밖으로 감소했다는 통계자료가 나와 설왕설래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3일 국회에 제출한 '하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국세청에 신고된 자영업자 폐업은 지난해 82만8천건으로 전년(85만3천건)보다 2.9% 감소했으며, 이로 인해 폐업률은 12.7%에서 11.8%로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자영업자들이 집단면역과 코로나19 사태 호전에 대한 기대로 폐업을 하지 않고 버텼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관련 기사에는 "폐업도 돈이 있어야 한다" "폐업을 하고 싶어도 빚을 못 갚아서 못한다"는 등의 반박 댓글이 달렸다.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벼랑 끝으로 내몰린 가운데도 폐업하지 않는 실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선 폐업 건수와 폐업률 통계치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확산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사업을 근근이 유지하느라 끌어온 대출금에 발목이 잡혀 폐업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폐업하면 당장 사업자금 대출부터 상환해야 하는데 그럴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9월 말 현재 887조5천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2% 늘었다. 자영업자 1인당 평균 대출액은 3억5천만원이다.
한 시중은행 소상공인 대출 담당자는 "사업자대출은 운영자금으로 대출한 거라 폐업을 하면 즉시 원리금 전액을 상환하는 게 원칙"이라면서 "보통 연체 없이 거래한 경우 만기까지 유예하거나 담보대출은 일반 가계대출로 전환해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자영업자 대출은 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자금 대출 비중이 70%에 달하는데 만기까지 상환이 유예돼도 불과 몇 개월이어서 사실상 큰 도움은 안 된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실장은 "폐업하려고 할 때 제일 큰 부담은 대출금"이라며 "몇천만원, 몇억원이 물려 있는데 일시 상환하려면 추가 대출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개업할 때 보통 5천만~1억원 정도 지급한 권리금을 영업 부진으로 회수하기 어려운 것도 폐업을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류필선 실장은 "장사가 돼야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데 5천만원이나 냈던 걸 1천만원 받고 가게를 넘기긴 쉽지 않다"며 "게다가 권리금은 주식처럼 시장 상황에 따라 금세 회복되기 때문에 포기하기가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업을 유지하고 있어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폐업을 주저하게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영업자를 비롯한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은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총 약 16조원이 지급됐다. 한번에 1인당 100만원에서 최대 2천만원 규모였다.
아울러 집합금지 등 조치로 소상공인이 경영상 손실을 본 경우 국가가 보상하도록 개정된 소상공인보호법에 따른 손실보상도 지난 10월부터 이뤄지고 있다. 27일부터는 피해 소상공인들에게 100만원씩의 방역지원금이 지급되고 방역물품 구매비용도 최대 10만원씩 지원된다.
폐업하면 손실보상 등 각종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 어려워도 사업자 등록을 유지하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고 대출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럭저럭 유지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안정 보고서를 작성한 한국은행도 이 같은 업계 반응에 대체로 수긍하는 입장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자영업자 폐업률 하락은 대출금 일시상환 부담, 권리금 회수 어려움, 손실보상 제외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며 "겉으로 볼 때 연체율이 낮고 폐업 건수가 줄었다고 해도 결코 질적으로 좋아졌다고 할 수 없다. 폐업이 지연되는 가운데 자영업자들의 부채가 누증하고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류필선 실장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실상의 폐업은 통계치보다 훨씬 많다. 실제론 장사를 접고 가게를 비워둔 채 배달기사로 뛰면서 연명하는 자영업자들도 많다"며 "코로나 사태가 풀리면 폐업률이 확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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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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