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사고 낸 美 트럭운전사 110년 징역형에 400만명 감형 청원
2년 전 추돌 사고로 4명 사망…20대 운전사에 사실상 종신형 선고
'브레이크 고장 따른 비극' 감형 운동…유족 "솜방망이 처벌 안돼"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의 한 트럭 운전사가 차량 추돌 사망 사고를 낸 혐의로 110년 징역형을 선고받자 비극적인 불의의 사고였다며 형을 줄여달라는 온라인 청원 운동이 벌어졌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온라인 청원 사이트 '체인지'에 트럭 운전사 로겔 아길레라 메데로스(26)의 감형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고 400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
체인지는 메데로스 감형 운동이 올해 가장 단기간에 수백만 명 지지자를 확보한 청원이라고 밝혔다.
텍사스주 운송회사 직원인 메데로스는 2019년 4월 콜로라도주 레이크우드의 70번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브레이크 고장으로 여러 대 차량을 들이받는 다중 추돌 사고를 냈고, 이 사고로 4명이 사망했다.
콜로라도주 배심원단은 지난 10월 그에게 적용된 27개 혐의에 모두 유죄를 평결했고 법원은 이달 13일 110년 징역형을 선고했다.
유죄로 인정된 각각의 혐의에 최소 양형이라도 징역형을 선고하고 이를 중복 없이 순차적으로 합산해서 복역하도록 하는 콜로라도 주법에 따른 결과였다.
다만 콜로라도주 지방법원 브루스 존스 판사는 "메데로스가 고의로 사고를 내진 않았다"며 "양형에 재량권이 있다면 그렇게 선고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판결 이후 콜로라도 유력지 덴버포스트는 재러드 폴리스 주지사에게 메데로스 감형을 촉구하고 주의회에 관련법 개정을 요구하는 사설을 실었다.
미국 자동차 관련 유명 웹사이트 젤로프니크는 "장비 고장에 따른 비극의 결과로 사실상 종신형에 처한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쿠바 이민자 출신인 메데로스를 대신해 라틴아메리카시민연맹(LULAC)도 주지사에게 감형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후 체인지에 게재된 감형 청원 지지자는 420만 명을 넘었다.
110년 징역형에 항의하기 위해 화물차 운전사들이 콜로라도주 운행을 중단해야 한다는 한 트럭 기사의 틱톡 동영상은 400만 회 이상 조회를 기록했다.
폴리스 주지사 대변인은 NYT에 "메데로스가 감형을 신청하면 신속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메데로스 감형 움직임에 사고 희생자들의 유족은 "진정한 피해자는 우리이고 감형은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비판했다.
검찰도 메데로스가 당시 추돌 사고를 막을 긴급 제동 경사로를 이용하지 않는 등 잘못된 결정을 여러 차례 했다며 감형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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