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시진핑 화상회담…우크라 사태 관련 러-서방 대치도 논의(종합)
푸틴 "러 안보 법적보장 필요" 강조…시 주석 "러 우려 이해하고 지지"
美 주도 오커스·쿼드 등 비판…"러중 관계, 21세기 국가간 협력의 모델"
푸틴, 시진핑에 '친애하는 친구'…내년 베이징올림픽 참석 의사 밝혀
(모스크바·이스탄불=연합뉴스) 유철종 김승욱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5일(현지시간) 화상 회담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접경 군사력 집결과 내년 초 우크라 침공준비설로 고조된 러시아와 서방 간 군사 긴장 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국제문제 담당 보좌관(외교수석)은 이날 러중 화상 정상회담 결과를 소개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1주일 전인 지난 7일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화상 회담 내용에 관해 설명했다고 전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지속해서 자신들의 군사 인프라를 러시아 국경 가까이 이동시키면서 러시아의 국가 이익에 대한 위협이 증대하고 있음을 바이든에게 지적했다고 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와 관련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안보에 관한 국제법적 보장안 마련을 위한 미국과 나토와의 협상을 즉각 시작할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했다"면서 러시아 안보 보장안은 나토의 추가적 동진(東進)과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 이웃 국가들로의 위협적 무기 배치를 차단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부연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설명에 시 주석은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이해하며 안보 보장과 관련한 러시아의 제안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우샤코프 보좌관은 전했다.
양국 정상은 또 미국·영국·호주가 지난 9월 창설한 3자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와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만든 4자(일본·호주·인도 포함) 안보 협의체 쿼드(Quad)에 대해서도 견해를 교환했다.
정상들은 호주에 대한 핵잠수함 건조 기술 전수를 핵심 사업으로 하는 오커스가 핵 비확산 체제를 훼손한다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
양국 정상은 또 미국이 지난 9~10일 개최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해서도 "비건설적"이라고 비판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양국 관계가 유례없이 높은 수준에 도달했으며 아주 성공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공유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중 관계는 21세기 국가 간 협력의 진정한 모델"이라면서 "양국 간에는 내정 불간섭, 상호 이익 존중, 공통의 국경을 영구적인 평화와 선린의 벨트로 변화시키려는 결의 등의 원칙에 기초한 협력의 새로운 모델이 만들어졌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러시아와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상하이협력기구, 브릭스(BRICS)에서 함께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이는 국제법에 근거한 공정한 세계질서 형성을 촉진한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제무대에서의 중러 간 긴밀한 공조와 국제 현안 해결을 위한 책임 있는 공통의 태도는 국제관계에서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시 주석도 "양국 관계는 단단한 생명력을 보여 줬으며 새로운 호흡을 얻었다"고 화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올해 1~11월까지 양국 간 교역액이 지난해보다 31% 늘어 1천230억 달러를 기록했다면서, 이미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전인 2019년의 기록을 깼으며, 머지않은 미래에 연 2천억 달러 목표선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두 정상은 이밖에 러시아 곡물의 중국 수출,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서 중국 서부 신장웨이우얼 자치구로 천연가스를 공급하기 위한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프로젝트, 양국 간 교역 지원을 위한 독립 금융 인프라 구축, 옛 소련권 경제협력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간 연계 등의 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러중 화상 정상회담은 동시통역을 이용해 약 1시간 15분 동안 진행됐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을 시작하면서 환영의 뜻으로 시 주석에게 손을 흔들며 '친애하는 친구'라고 인사말을 건넸고, 시 주석도 역시 손을 흔들며 환한 미소로 답했다.
푸틴 대통령을 '오랜 친구'라고 부른 시 주석은 이날 화상 정상회담이 지난 2013년 자신의 주석 취임 이후 37번째 회담이라고 소개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이날 두 정상 간 대화가 아주 긍정적이었다고 전하면서 "이는 두 동료, 두 친구, 두 우호적 대국 지도자 사이의 대화였다"고 정리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후 국영 TV에 출연해 "내년 2월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직접 만나 회담하고 뒤이어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cjyou@yna.co.kr,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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