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穩)'자 25번 나온 中연례경제회의…내년 '안정속 성장' 도모
"수요 축소·공급 충격·기대치 약세 등 3중고 직면" 인정 눈길
시진핑 3연임 여부 결정될 당 대회 성공위한 '안전운행' 예고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8∼10일 열린 중국의 연례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제시한 내년 중국 경제의 화두는 단연 '안정'이었다.
관영 신화통신이 10일 전한 회의 결과 보도에 '안정'을 뜻하는 '온(穩)'자가 25차례 등장한 것에서 보듯 중국 지도부는 '안정 속 성장'을 내년 경제의 목표이자 방향으로 제시했다.
신화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회의는 '안정을 우선으로 하되 안정 속에 성장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은 '온자당두, 온중구진(穩字當頭, 穩中求進)'을 내년 경제 공작의 화두로 강조했다.
최근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낮추기로 결정한 것에서 이미 예고됐던 '안정적 성장' 기조를 내년 경제 기조로 확정해 발표한 것이다.
이런 안정 중시 기조는 현재 중국 경제를 둘러싼 위기감의 발로로 읽힌다.
전력수급난과 에너지 가격 상승 등 국내외 악재 속에 예상을 하회한 3분기 성장률(4.9%)과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헝다(恒大·에버그란데) 유동성 위기 등에 따른 부동산 산업 위축으로 중국 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보통 12월 중·하순 개최하던 중앙경제공작회의를 상순으로 당겨 개최한데서도 중국 지도부의 위기 의식이 느껴졌다.
이번 회의가 "우리나라 경제 발전이 수요 축소, 공급 충격, 기대치 약세 전환의 3중 압력에 직면해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중국 당국의 발표치고는 이례적일 정도의 솔직함이었다.
회의는 방법론 면에서 적극적 재정정책과 온건한 통화정책, 감세, 인프라 투자 증가, 중소 기업 및 자영업자 지원 확대 등을 제시했다. 강력한 경기 부양 기조다.
부동산 정책에서는 '집은 거주하는 곳이지 투기 소재가 아니다'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서민들을 위한 보장성 주택(중간 또는 저소득층으로서 주거지 마련에 어려움이 있는 가정에 정부가 시세보다 싼 임대료 또는 가격에 공급하는 것)건설을 추진한다면서도 "거래용 주택 시장이 주택 구입자의 합리적 수요를 만족할 수 있도록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회의는 최근 '공동부유' 기조와 쌍을 이뤄 추진되고 있는 빅테크 때리기의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특히 "공정경쟁 정책을 심도 있게 추진해 반(反) 독점 및 반 부당경쟁 기조를 강화"하기로 한 대목에서 알리바바, 텐센트 등 IT대기업을 철저한 당의 통제 하에 두려는 기조는 유지할 것으로 예고됐다.
또 시 주석 최대의 경제 어젠다인 '공동부유'와 관련 취업(고용) 중시, 민생보장, 세수확충, 기업들의 자발적 사회 공헌 등을 지속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성장과 분배의 병행을 강조한 점, 공동부유에 대해 "장기적 역사 과정"이며 "이 목표를 향해 안정적인 보조로 매진"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 등에서 공동부유를 급진적으로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중이 읽혔다.
결국 시 주석의 '경제 영역에서의 사회주의 색채 강화', '민간 영역에 대한 관(官)의 우위' 등 방향성을 그대로 유지하되 내년 '안정속 성장'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적절한 속도 조절을 해 나갈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안정' 기조가 가리키는 곳은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제20차 당 대회다.
회의는 "내년 20차 당대회는 당과 국가 정치 생활의 일대 사건으로, 평온하고 건전한 경제 환경을 유지하고 '국태민안'의 사회환경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40년만의 '역사결의' 채택으로 장기 집권의 터를 닦은 시 주석의 3연임(전체임기 15년으로 연장) 여부가 결정되는 내년 당 대회를 앞두고, 다중 악재 속에 경제를 최대한 안전 운행하겠다는 것이 이번 회의의 기조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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