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양제츠, SCM 대만 언급에도 회담 분위기 '훈훈'
양제츠 "라오펑유"…서훈 "좋은 이웃은 돈과도 바꾸지 않아"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김진방 특파원 =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중국공산당 정치국원이 2일 중국 톈진(天津)에서 만나 6·25전쟁 종전선언을 포함한 양국 현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다소 무거운 회담 의제와 달리 회담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양측은 이번 회담에 앞서 이날 서울에서 열린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SCM)의 공동성명에 대만과 관련한 문구가 들어가 자칫 회담 분위기가 냉랭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양 정치국원은 모두 발언 시작부터 서 실장을 '오랜 친구'라는 뜻의 라오펑유(老朋友)라 부르며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양 정치국원은 서 실장을 다시 만나 기쁘다면서 양국을 '중요한 이웃', '협력 동반자'로 표현하며 "중국은 한국과 우호를 튼튼히 다지고 협력에 초점을 맞춰 양국관계를 더 좋은 관계로 발전시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서 실장도 양 실장의 환대에 "좋은 이웃은 돈과도 바꾸지 않는다"(호린거금불환·好隣居金不換)라고 화답하며 우호적인 분위기를 이어갔다.
또 지난해 8월 부산에서 양 정치국원과의 만남을 언급하며 재회의 소감을 중국 속담인 '일회생, 이회숙, 삼회노붕우'(一回生, 二回熟, 三回老朋友)로 표현했다.
이 속담은 '처음 만나면 생소하지만, 두 번 만나면 친숙하고, 세 번 만나면 오랜 친구가 된다'는 뜻이다.
서 실장은 1년 3개월 만에 양 정치국원을 만났지만, 여러 차례 서한과 구두 메시지를 교환했다면서 친밀감을 표했다.
특히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이번 회담이 향후 30년의 양국관계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두 사람은 예정된 회담 시간인 오후 5시 정각에 회담장에 입장해 13분간 모두 발언을 마치고 나란히 회담장으로 향했다.
한편 서 실장과 양 정치국원이 만난 곳은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100㎞가량 떨어진 톈진(天津)이다.
중국은 올해 들어 중요한 외교적 협의는 대부분 톈진에서 개최했다.
먼저 미국과 중국이 지난 3월 알래스카에서 이른바 '화약냄새 짙은 회담'을 한 뒤 첫 고위급 회담을 한 곳도 톈진이다.
미국 국무부 2인자 웬디 셔먼 부장관은 지난 7월 톈진에서 24시간 동안 머무르며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셰펑(謝鋒) 부부장과 잇따라 회담했다.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 특사가 카운터파트인 셰전화(解振華) 중국 기후변화사무 특사와 회담한 곳도 톈진이다.
케리 특사는 지난 9월 톈진에서 중국 최고지도부의 일원(당 서열 7위)인 한정(韓正) 중국 부총리, 양 정치국원, 왕이 부장과 잇따라 화상 회담을 하기도 했다.
중국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대부분 외빈을 수도 베이징으로 들이지 않고 다른 도시로 불러오는 추세다.
외국에서 베이징으로 입국하는 사람에게 3주 '시설격리'를 시키는 등 내년 2월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고도의 방역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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