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불확실성 뚫고 3분기 전자·철강·정유화학 호실적 행진
삼성전자·SK하이닉스·LG전자·포스코 일제히 분기 최대 매출
유가·마진 상승에 정유사도 모처럼 방긋…자동차·배터리는 주춤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한국 산업을 이끄는 주력 업종의 대기업들이 코로나19와 공급망 불안,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복합적인 글로벌 악재 속에서도 올해 3분기 호실적을 내고 있다.
4분기부터 실적 호조세가 다소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우리 기업의 기초 체력이 튼튼한데다 평소에도 불확실성 요인을 관리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변동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주요 기업 중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포스코[005490] 등이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리는 신기록을 세웠다.
삼성전자의 연결 기준 3분기 매출은 73조9천8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70조원을 넘겼다. 영업이익도 15조8천200억원으로 반도체 초호황기(슈퍼사이클)였던 2018년 3분기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이 같은 호실적을 이끈 핵심은 역시 반도체였다.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이 10조600억원으로, 전체의 64%를 차지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원격 관련 IT 수요가 증가하며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고, 시스템 반도체 부문도 파운드리(위탁생산) 가격이 인상된 덕분이다.
SK하이닉스 역시 메모리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인 11조8천5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4조1천718억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면서 반도체 초호황기였던 2018년 이후 2년 반 만에 4조원대를 회복했다.
SK하이닉스는 그간 적자가 지속됐던 낸드 사업도 3분기에 흑자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LG전자[066570]의 3분기 매출은 18조7천867억원으로, 역시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18조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 소비 효과에 힘입어 주력인 생활가전(H&A) 본부가 단일 본부 중 처음으로 매출 7조원을 넘겼다.
LG전자는 3분기에 제네럴모터스(GM) 전기차 리콜 관련 충당금을 반영하는 일회성 요인으로 인해 영업이익은 5천407억원에 그쳐 지난해 동기보다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그럼에도 누적 기준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치로 주력 사업들의 힘이 확인됐다.
철강업계를 대표하는 포스코도 올해 3분기에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포스코의 3분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44.7% 증가한 20조6천400억원, 영업이익은 365.7% 증가한 3조1천200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의 분기 영업이익이 3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 2분기에 첫 2조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지 석 달 만에 다시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세계 철강 수요에 더해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판매 가격 상승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또한 경쟁 관계인 중국이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철강 생산을 인위적으로 줄인 데 따른 반사이익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사상 최악의 시기를 보낸 정유업계는 올해 들어 나타난 정제마진과 유가 상승이 본격화하며 3분기에 모처럼 호실적을 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의 3분기 매출은 12조3천5억원으로 48.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천185억원으로 흑자 전환됐다. 석유 사업 부문에서 유가 상승과 마진 개선으로 2천90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특히 윤활유 사업(SK루브리컨츠)이 분기 기준 최대인 3천29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SK이노베이션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에쓰오일도 3분기 영업이익이 5천4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됐고, 매출은 82.5% 증가한 7조1천170억원을 기록했다. 에쓰오일도 윤환기유 사업 영업이익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석유·화학사들도 국제유가 상승과 코로나19 효과에 따른 전방 수요 호조가 이어지며 3분기 호실적을 이어갔다.
LG화학[051910]의 3분기 매출은 10조6천10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41.4% 증가했다. 특히 석유화학 부문 매출이 5조6천301억원으로 분기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9월 누적 석유화학 수출액은 404억달러(약 47조2천억원)로 이미 지난해 연간 수출 규모를 넘어섰다.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는 3분기 글로벌 반도체 수급 이슈나 전기차 리콜 사태 등의 부정적 영향을 받으면서도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005380]의 3분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4.7% 증가한 28조8천672억원, 영업이익은 1조6천67억원으로 흑자 전환됐다. 반도체 수급 이슈로 생산과 판매는 줄었으나, 고부가 제품 판매 전략 등을 통해 그 영향을 상쇄했다.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012330]는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와 물류비 상승 여파로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23.5% 감소한 4천576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과 비슷한 9조9천899억원을 기록했다.
LG화학의 배터리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GM 리콜 충당금 반영 영향으로 3분기 영업손실 3천72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4조274억원이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SK온)은 영업손실이 전 분기보다 8억원 증가한 979억원, 매출은 분기 최대 기록인 8천168억원을 나타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리콜 충당금 요인을 제외하면 흑자가 약 2천500억원인 셈이고, SK이노베이션 역시 배터리 투자를 늘리며 일시적으로 적자가 확대한 것이라 배터리 산업의 성장세는 확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4분기와 내년 전망에 대해서는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4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이 본격화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세계 각국의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으로 가전, 스마트폰 등 소비재와 관련해선 이전과 같은 폭발적인 수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이슈 장기화하고 있는 점도 산업계의 부담 요인이다.
주요 기업들은 고부가 제품 주력,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을 통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증권 이순학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다운사이클이 시작됐으나 D램과 낸드의 생산량이 양호하고 파운드리 사업도 호조세를 지속하고 있어 반도체 부문의 감익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반도체 다운 사이클은 이전보다 짧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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