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미성년자 유인하는 멕시코 카르텔…위험한 일자리 제안
멕시코 정부 "게임 하는 청소년들에 더 관심 기울여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 남부 오악사카주에 사는 10대 A군은 모바일 슈팅 게임 '프리 파이어'를 하다가 라파엘이라는 이름의 사용자를 알게 됐다.
나이와 취향이 비슷했던 A와 라파엘은 페이스북 친구로 친분을 이어갔고, 어느 날 라파엘은 A에게 2주에 8천 페소(약 46만원)를 벌 수 있는 일자리를 제안했다.
경찰 무전을 체크하면서 경찰이 나타나면 알려주는 이른바 '알콘'(halcon·'매'를 뜻하는 스페인어로 범죄조직에서 망보는 사람을 가리키는 은어) 일자리였다.
20일(현지시간) 멕시코 정부는 이달 초 오악사카주에서 발생한 11∼14세 3명 실종 사건을 전하며 마약 카르텔 등이 게임을 통해 미성년자들을 유인하는 사례에 대한 위험을 경고했다.
무기를 좋아하고 돈이 필요했던 A는 라파엘의 제안을 수락하고 친구 2명과 함께 집을 떠났다가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에 구출됐다. 이들을 데리고 가려던 조직원 1명이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멕시코 언론들은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 등 여러 범죄조직이 게임을 통해 비슷한 방식으로 심야에 10대들에게 접근한다고 보도했다.
카르텔은 이전에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미성년 조직원을 영입해 왔는데, 게임 플랫폼에선 총기 등에 관심 있는 10대 소년들을 찾기가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리카르도 메히아 멕시코 치안차관은 모바일 게임뿐 아니라 PC나 콘솔게임을 통해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익명으로 접근해 소통과 설득, 영입 과정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멕시코의 한 아동인권단체에 따르면 2019년을 기준으로 멕시코 범죄조직들이 끌어들인 미성년자들은 3만 명에 달한다.
경찰에 적발돼도 비교적 처벌이 가벼운 미성년자들은 '알콘'과 같은 임무에서 시작해 직접 마약 판매에 나서거나 살인 임무를 수행하는 '시카리오'로까지 내몰리게 된다.
멕시코 정부는 일부 게임 자체의 폭력성 등도 문제라고 지적하며,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 등이 게임에 빠진 청소년들에게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일부 게임의 콘텐츠가 좋지 못하다며 "가장 좋은 것은 (미성년자) 스스로 절제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것이지만, 우리가 아동·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