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위드코로나] ② 이탈리아, 그린패스로 일상 회복 가속도
백신 완료율 72.6%, 하루 2천명대 확진…이달들어 방역제한 대폭 완화
백신패스 없으면 혜택 제외…세계최고 접종률 포르투갈도 정상화 성큼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의 위드 코로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과 '그린 패스'로 불리는 접종·면역 증명서 등 두 축을 기반으로 한다.
이탈리아는 작년 2월 서방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타격을 받은 국가다.
이탈리아인은 팬데믹 초기 가혹한 봉쇄 조처를 경험했고, 이후에도 이동·외식의 자유를 제약받았다. 그 여파로 경제는 곤두박질쳤다.
이러한 제한 조처가 지속가능하지도, 기대만큼 효과적이지도 않다는 것을 체감한 이탈리아 정부는 작년 12월 말부터 시작된 백신 접종 캠페인에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백신 접종률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지 않았다. 백신 캠페인 개시 7개월 후 접종 완료율은 전체 인구 대비 35%에도 못 미쳤다. 특히 젊은 층의 접종률이 저조했다. 유인책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때 정부가 꺼내든 카드가 그린 패스다.
애초 유럽연합(EU)이 역내 국가 간 안전한 인적 교류를 위해 도입한 이 제도는 현재 이탈리아 방역 정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8월 6일부터 실내 음식점과 문화·체육시설 출입 시 그린 패스 지참을 의무화한 데 이어 지난달 1일을 기점으로 버스·기차·페리·여객기 등 모든 장거리 교통수단 이용 때도 그린 패스를 제시하도록 했다.
이달 15일에는 공공·민간을 불문하고 전국 모든 근로 사업장이 그린 패스 적용 범위에 포함됐다. 유럽에서 그린 패스가 가장 폭넓게 활용되는 사례다.
정부 안팎에서는 그린 패스 도입 이후 가파르게 상승한 백신 접종률을 근거로 성공한 정책이라는 자평이 나온다.
15일 현재 이탈리아의 백신 1차 접종률은 전체 인구 대비 76.6%, 접종 완료율은 72.6%에 달한다. 다른 대륙에 비해 상대적으로 백신 접종률이 높은 유럽에서도 상위권이다. 그린 패스가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당근이자 채찍으로 작용한 셈이다.
그 덕분에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2만 명 선을 넘나들던 하루 신규 확진자 규모가 최근에는 2천 명대로 뚝 떨어졌다. 확진자 1명이 감염시키는 사람의 수를 나타내는 감염재생산 지수도 최근 수 주째 1.0을 밑돌고 있다.
이처럼 양호한 상황 속에 이탈리아도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일상을 서서히 회복해가는 추세다.
야간 통행금지와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는 지난 6월 해제됐고, 이달 11일부터는 문화·체육시설의 입장객 제한도 완전히 폐지됐다.
작년 2월 이후 줄곧 폐쇄된 나이트클럽·디스코텍 등의 유흥시설이 다시 영업을 재개한 것은 상징적이다.
각급 학교 역시 실내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 등의 개인 방역수칙 준수를 조건으로 차질 없이 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로마와 베네치아, 밀라노, 피렌체 등의 주요 도시는 돌아온 외국인 관광객으로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물론 이러한 일상 회복의 혜택은 매우 차별적이다.
그린 패스를 소지한 이는 지금도 거의 정상에 가까운 일상을 영위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여전히 실내 음식점에서 식사하지 못하고 박물관·미술관 출입을 제지당하는 등 큰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이탈리아 정부는 백신 접종률 추이를 지켜보면서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그린 패스를 중심으로 한 방역 정책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포르투갈도 빠른 속도로 일상 회복 단계에 들어섰다.
포르투갈은 백신 접종 완료율이 86.4%로 유럽은 물론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달 13일부터 거리 유지가 어려운 밀집 공간이 아닌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데 이어 이달 1일부터는 바·디스코텍 등 유흥업소 영업을 허가했다.
상점의 영업시간 제한과 더불어 결혼식, 문화행사와 음식점 내 인원 제한 등도 일제히 폐지했다.
제한 조처를 단계적으로 풀었지만, 현재까지의 바이러스 통제력은 준수한 편이다.
인구가 약 1천만명인 포르투갈의 최근 2주간 확진자 규모는 인구 10만 명 당 82.2명으로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하위 7위권이다. 15일 기준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766명으로 집계됐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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