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물류대란 해소에 총력…삼성 등 민간과 대책회의(종합2보)
LA항 24시간 운영…월마트·페덱스·삼성 등도 근무시간 확대로 협조
외국기업 중 삼성 유일 참석…백악관 "미 가정에 삼성 제품 다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백나리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부 항만의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민간기업과의 대책회의를 소집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섰다.
굼뜬 대응으로 자칫 연말 쇼핑대목을 망쳤다간 가뜩이나 하락세인 지지율에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회의에는 외국 기업 중에선 유일하게 삼성전자가 참석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로스앤젤레스항, 롱비치항, 국제항만창고노조(ILWU) 지도부 등과 화상회의를 했다.
월마트와 페덱스, 타깃, 홈디포 등 미국의 유통·물류업체 대표들도 참석했다. 최경식 삼성전자 북미총괄도 참석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백악관이 배포한 참석자 명단에 외국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했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위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백악관은 별도로 배포한 설명서에서 "미국 가정에 적어도 한 대의 삼성 제품이 있다"며 삼성의 영향력을 설명하기도 했다.
민관 협의를 거쳐 LA항은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24시간 운영체제를 가동하기로 했다. 롱비치항은 3주 전부터 부분적으로 24시간 운영에 들어간 상태다.
월마트, 페덱스, UPS 등은 운영시간을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홈디포, 타깃도 근무시간을 늘리기로 했다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공급망 차질 해소를 위한 장기적 방안으로 삼성을 비롯한 국내외 기업에 미국 내 투자를 압박하고 있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 후 연설에서 "이는 24시간 운영에 들어가는 전면적 약속이고 큰 첫걸음"이라며 "하지만 나머지 민간분야도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삼성과 홈디포, 타깃의 조치를 직접 거론하며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 "우리는 바로 여기, 미국에서 더 많은 제품을 만드는 데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수감사절과 성탄절이 있는 연말은 미국의 최대 쇼핑 시즌이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여파로 하역 인력이 부족해 항만의 물류에 비상이 걸렸다.
백악관 당국자는 정부의 이러한 대응을 '90일간 전력질주'라고 표현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다만 WP는 롱비치항이 현재 6개 터미널 중 한 곳만 주 4회 24시간 운영되는 실정이라면서 LA항도 얼마나 많은 터미널이 24시간 체제에 들어갈지 알 수 없다는 우려도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물류대란에 적극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경제적,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와 무관치 않다.
전염병 대유행 사태 이후 심각해진 공급난을 가중하고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며 경기 회복세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물류대란으로 연말 대목에 기업의 매출이 부진하고 소비자들이 크리스마스 선물 등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도 부담이다.
코로나19 재유행, 아프가니스탄 철군의 대혼란으로 가뜩이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정치적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도 '상품 운송이 안 돼 연휴 및 쇼핑시즌에 문제가 생겨 대통령이 비난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백악관에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로이터는 "공급 위기는 부분적으로 전염병 대유행으로 인해 촉발됐다"면서도 "이는 중요한 시기에 미국의 소비를 약화할 위협일 뿐만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에게 정치적 위험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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