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의 고용 영향 측정…방법론 찾은 학자들에 노벨경제학상(종합)
최저임금 올려도 고용 감소 등 부정적 영향 없다는 점 실증
"경제학에 자연과학 같은 엄밀한 실증 연구의 길을 열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김연정 성서호 한혜원 기자 =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11일 선정된 데이비드 카드, 조슈아 D. 앵그리스트, 휘도 W. 임번스는 경제적 인과관계를 정밀하게 측정하는데 기여한 학자들이다.
경제 정책의 경우, 실행 후 '효과'로 짐작되는 현상이 나타나더라도 이것이 단순한 상관관계인지 엄밀한 인과관계인지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경기 변동 등 다른 경제적 변수들이 항상 존재하고, 끊임없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부분 경제 정책의 대상은 경제주체로서의 사람이기 때문에, 자연과학처럼 실험용 쥐 등을 활용해 폐쇄된 환경의 실험을 진행하기도 어렵다.
세 학자는 이런 경제학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정밀한 경제 정책의 인과관계를 밝힐 수 있는 방법론을 찾는 데 평생 매진했다.
가장 대표적 사례가 카드 교수가 1994년 전미경제학회지(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에 실은 '최저임금 효과' 관련 논문이다.
1992년 4월 뉴저지주가 최저임금을 올렸는데, 당초 인상 전 모델 분석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실증적 분석에서는 반대로 고용 감소 등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논문의 핵심 내용이다.
논문에서 카드 교수는 다른 경기 변수들을 배제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 전후 뉴저지주와 최저임금에 변화가 없었던 인접 펜실베이니아주의 같은 기간 고용 등 경제 상황을 비교하는 이중차분법(Difference in Difference)을 사용했다.
펜실베이니아가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주여서, 최저임금 외 다른 경기 변수가 거의 같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는 당시 미국에서 최저임금 효과 논란을 일으켰고, 이 논쟁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효과와 관련된 논란 자체와 상관없이, 카드 교수의 이 논문은 노동 등 경제정책의 효과 측정에 실증적 분석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줬고, 이후 경제학에서 실증적 연구가 본격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이중차분법도 카드 교수의 연구 표준화 덕분에 현재 사회과학 연구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 소비에 미친 효과를 분석한 국내 연구 중에서도 이 방법론을 차용한 경우가 많다.
앵그리스트 교수도 수많은 창의적 방법으로 경제적 효과를 재는 데 기여했다.
예를 들어 그는 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사회 진출 후 급여 등이 더 높은지 따져보는 '교육투자 수익률' 연구에서 지능과 배경, 교육에 대한 자발적 선택 등 다른 변수들을 배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결국 그는 만 16세가 돼야만 중퇴할 수 있는 미국의 교육 제도를 활용해 사실상 강제적으로 1년을 더 교육받은 학생들의 급여 등을 조사해 정확하게 1년 추가 교육에 대한 효과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앵그리스트 교수는 자녀를 많이 낳을 것인가, 아니면 하나를 낳아도 양질의 교육을 시킬 것인가 등 출산에서 '질과 양의 상충관계'를 측정하는 데도 기여했다"며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의 원인 등을 연구하는데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앵그리스트 교수는 2년 전 노벨경제학상 받은 에스더 듀플로의 지도교수이기도 하다.
임번스 교수는 계량경제학자로서 여러 차례 앵그리스트 교수와 논문을 같이 쓰면서, 다양한 통계적 방법을 제공했다.
특히 그는 경제 정책을 평가할 때 정책의 대상인 '사람'에서 나타날 수 있는 '내생성(內生性)'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여러 방법론을 제시했다. 나이, 성별, 학력 등을 점수화해 성향 점수가 비슷한 사람을 비교하는 식의 방법(성향 점수 짝짓기 추정법)이 대표적이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 교수 모두 경제학에서 인과 관계를 규명하는 방법론의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린 분들"이라며 "이분들 덕에 경제학에도 자연과학 같은 엄밀한 실증 연구의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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