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역사 교훈 얻어야"·기시다 "대화로 이견 관리"(종합2보)
기시다 취임 나흘만에 중일 정상 통화…협력 강조하면서 '견제구'도
시진핑 "진정한 다자주의 실천해야"…미국 주도 오커스 등 우회 비판
(베이징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김호준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신임 총리가 8일 전화통화를 갖고 내년 양국 국교정상화 50주년에 즈음한 관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 취임 나흘만에 이뤄진 이날 통화에서 두 정상은 2022년 중일 국교정상화 50주년에 즈음해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는 양국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하고, 각종 방식으로 상호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
시 주석은 "중일은 가까운 이웃"이라며 "어진 것을 가까이 하고 이웃과 잘 지내는 것은 나라의 보배(親仁善隣, 國之寶也)"라는 성어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중일관계에 기회와 도전이 병존한다"고 지적하고 일본 새 정부와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양국간 경제협력 및 민간교류를 계속 강화하고, 기후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문제에서 소통과 협력을 긴밀히 유지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와 동시에 상호 뼈 있는 말도 오갔다.
시 주석은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어(以史爲鑑)미래를 세우는 정신"을 언급함으로써 과거 제국주의 일본의 중국 침략을 우회적으로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중일은 양국 관계의 긍정 및 부정적 경험을 진지하게 흡수해 중일간 4대 정치문건이 확립한 각항의 원칙을 엄수하고 '상호 협력의 동반자가 되고, 상호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한다'는 정치적 공동인식을 제대로 실행하며, 역사, 대만 관련 사안 등 중대한 민감 사안들을 잘 처리해 이견을 관리하고 올바른 방향을 잡아 양국관계의 정치적 기초와 대국을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일 4대 정치문건은 1972년 수교 때 발표한 중일공동성명, 1978년 양국 외교장관이 서명한 중일 평화우호조약, 1998년 양국이 발표한 '중일 평화와 발전의 우호협력 동반자 관계 수립 노력을 위한 공동선언', 2008년 양국 정상이 서명한 '중일 전략적 호혜관계 전면 추진에 관한 공동성명'을 말한다. 일본의 과거사 반성과 '하나의 중국' 원칙, 상호 주권 및 영토의 완전성 존중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시 주석이 대만 문제를 거론하고, '상호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한다'는 과거 합의를 강조한 것은 최근 일본 자민당 정권의 미일동맹 강화 기조와 대만 문제 관련 대미 공조에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시 주석은 "양국이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중국 견제 차원에서 호주, 영국과 함께 결성한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AUKUS)'와 유사한 미국 주도의 소(小)다자 그룹에 일본이 참여할 가능성을 견제하고, 중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대한 지지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현재의 국제 및 지역 정세에서 일중 관계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며 "양국은 응당 대화를 통해 이견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과 일본이 중시하는 대만 문제와 관련, 최근 중국이 고강도 항공 무력시위를 벌인데 대한 우려의 뜻을 내포한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도 전화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4자 협의체)를 통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실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한다는 방침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NHK는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 다음 날인 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차례로 전화회담을 했다. 이어 7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갖고 러일 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통화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jhcho@yna.co.kr, ho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