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선으로 본 미국 외교…아시아 집중하고 아프리카 외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바이든 핵심 참모진 순방 없어
중국은 일대일로 앞세워 아프리카 영향력 확대 총력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집권 초기 외교에서 중국과 달리 유럽과 중동, 아시아에 집중하고 아프리카는 외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지난달 30일(현지시간)까지 대통령을 포함해 미 정부 고위 관리들이 해외 순방한 지역을 분석해보니 아프리카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악시오스는 바이든의 핵심 참모진이 아프리카를 외면하고 아시아를 우선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유럽, 중동, 동아시아의 오랜 파트너들과는 조속한 연계, 동남아에서는 관계 심화, 남미에서는 이주 문제에 제한된 논의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서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에 대해선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를 반영하듯 바이든 대통령은 벨기에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영국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제네바에서 거행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서만 해외 순방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앞으로 일정 또한 유럽에 집중돼있다.
그는 오는 29일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과 11월 1일 영국에서 개최되는 유엔 기후 정상회담을 위해 또다시 유럽을 찾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주로 유럽과 중동, 인도·태평양 등 22개국을 방문했으며 중남미는 코스타리카만 찾았다.
특히 전략적 거점인 인도와 일본, 한국은 미 행정의 고위급 방문단이 여러 번 방문했고 일부 관리는 동남아를 순방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 방점이 찍혀있다고 악시오스는 분석했다.
중동 또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번 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만났다.
하지만 이집트를 제외하고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참모 중 아프리카에 발을 디딘 인사는 아무도 없었다.
이를 두고 악시오스는 바이든 행정부가 아프리카 대륙을 완전히 무시한 것까지는 아니라고 봤다.
지난 8월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정무 담당 차관이 아프리카 4개국을 순방했고 지난 4월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나이지리아 및 케냐와 화상 정상 회담을 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세계개발센터의 규드 무어 연구원은 "원조와 투자 관계가 아닌 한 아프리카의 전략적 중요성을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개선될 것으로 봤는데 조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런 외교 행보와 달리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막대한 경제 지원을 내세우며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외교 장관들은 매해 첫 순방지를 아프리카로 택하고 있으며 다른 고위 관리들 또한 정기적으로 아프리카를 방문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중국 지도자들은 올해 말 정상회담을 위해 세네갈에 집결할 예정이다.
무어 연구원은 중국의 해외 무역 거래에서 아프리카의 비중이 4%에 불과하지만, 중국이 막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는 "아프리카와 교류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미국 정부에는 납득시키기 어렵다"면서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문제가 아닌 미국 정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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