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거인단 인원 제한으로 홍콩 재벌 영향력 축소"
홍콩매체 "리카싱 등 부동산 갑부 가족당 2명씩으로 제한"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당국이 홍콩 선거인단(선거관리위원회) 선거를 앞두고 홍콩 재벌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재벌당 선거인단 진입 인원을 제한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6일 보도했다.
SCMP는 올해 선거인단 선거를 앞두고 홍콩 부동산 재벌 가문은 가족당 2명까지만 선거인단에 들어올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에 따라 홍콩 최대 부호인 리카싱(李嘉誠·93) 청쿵(CK)그룹 창업자는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래 처음으로 선거인단에 지원하지 않았고, 대신 그의 두 아들이 선거인단에 당연직과 재계 비선거 분야를 통해 들어왔다.
같은 방식으로 또다른 부동산 개발업체 핸더슨랜드의 리샤오키(李兆基·93) 회장이 선거인단에 지원하지 않는 대신, 그의 두 아들이 선거인단에 이름을 올렸다고 SCMP는 설명했다.
SCMP는 "이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홍콩 재벌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이 자리한다"고 전했다.
홍콩 선거인단은 이전까지 홍콩 행정장관만 뽑았으나, 지난 5월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기조로 선거제가 개편됨에 따라 입법회(의회) 선거 출마 후보자를 뽑고 일정수의 입법회 의원까지 배출하는 등 권한이 막강해졌다.
그러나 올해 선거에서 리카싱 창업자를 비롯해 홍콩 재계 1세대 거물 다수가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그간 홍콩 재계를 대표하는 부동산 재벌들은 창업자 본인이 직접 선거인단에 합류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가족과 기업을 통해 선거인단 표의 5분의 1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킹 메이커'라 불려왔다.
한 친중 기업가는 SCMP에 "여전히 재벌은 선거인단에서 발언권이 있겠지만 이번 개편으로 중국 정부는 우리에게 '너희는 더 이상 킹메이커가 아니다'라는 직설적인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의 시사평론가 조니 라우(劉銳紹)는 "재벌당 2명으로 인원을 제한한 것은 중국 정부가 정치적 영향력을 둘러싼 흥정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 당시 중국 관영 매체들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홍콩의 부동산 가격이 시위의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하면서 홍콩 부동산 재벌들을 공격했다.
중국 정부는 오랜기간 홍콩의 사회 안정과 번영을 유지하는 데 있어 재벌들이 자신들과 같은 편에 서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반정부 시위를 거치면서 그런 생각에 변화가 왔다고 홍콩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선거제 개편으로 선거인단의 규모가 기존 1천200명에서 1천500명으로 커졌지만, 후보 등록 결과 선거인단의 75%는 선거없이 채워지게 됐다.
SCMP는 "재계 거물들의 퇴장 외에도 수많은 후보가 같은 날 같은 공약을 내걸고 등록함으로써 선거인단 선거는 사전에 조율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베이징항공항천대 홍콩문제 전문가 톈페이룽은 "이번 일을 과대해석하지 말라"며 "선거인단에서 세대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며 중국 정부는 선거인단의 구성이 균형의 원칙에 따라 조정되는 것에 기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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