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르포]"산소발생기 전달하다 통금 위반…돈 쥐여주고 통과"
최악 코로나 위기 속 한인회 신속 대응 TF 43일간 빛나는 활동
산소·약 태부족 상황서 '스스로 돕자' 나서…교민들 "너무 감사해요"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코로나19로 절박한 교민들의 요청이었기에 통행금지도 가리지 않았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 속에서 두려움에 떨던 미얀마 한인들에게 한 줄기 '빛'이었던 한인회 신속대응팀이 최근 40여일간의 활동을 마쳤다.
2월1일 국가비상사태 선포 이후 사회 혼란 속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닥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더없이 소중한 힘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미얀마 한인회 코로나19 신속대응 태스크포스(TF)는 코로나19 3차 유행이 미얀마 전역을 휩쓸던 지난 7월 중순 구성됐다.
당시는 교민 대다수가 사는 최대 도시 양곤의 경우, 코로나19 환자 및 사망자가 급증하던 시기였다.
양곤 시내 모든 화장터에 연일 수용 인원을 초과하는 코로나19 사망자가 몰려들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시민불복종 운동에 따른 의료진 부족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도 사실상 없었고, 약조차도 구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 외국인인 교민들의 걱정은 커져만 갔다.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교민의 안타까운 소식은 두려움을 키웠다.
온라인 교민 대화방에는 코로나19에 걸린 뒤 집에서 자택 격리를 하고 있지만, 산소발생기가 없어 호흡 곤란을 겪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연도 이어졌다.
그 누구의 도움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한인회 및 한인 관련 단체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자원봉사자 28명은 TF를 구성하고 '스스로 돕자'고 의지를 다졌다.
TF는 한국에서 유선 또는 SNS로 환자들에게 의료 자문을 하는 의료진 8명, 콜센터·상담·복용 약 조제 부문 12명, 약·죽·산소발생기 등을 환자에게 전달하는 환자 지원단 8명으로 구성됐다.
또 한국의 의료봉사단체는 미얀마 현지로 약을 긴급히 보내줬고, 양곤의 한인 식당은 환자들에게 전달한 죽을 만들어 제공했다.
주미얀마 한국 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대사관 외교행낭 편으로 산소발생기 26대가 항공편으로 들어온 7월21일 TF는 활동을 시작했다.
TF 팀원들이 하루 2교대로 근무하느라 파김치가 됐다.
약이나 산소발생기 등을 교민 환자들에게 전달하는 환자 지원단의 어려움은 더욱 컸다.
코로나19 감염은 새벽이건 심야건 가리지 않기에, 통행금지 시간에도 응급환자에게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현재 미얀마 상황에 비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가비상사태가 발효 중인 미얀마는 현재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통행이 금지된 상태다.
지원팀의 한 자원봉사자는 심야에 산소발생기를 싣고 응급환자에게 가다 총을 든 군인에게 붙잡혔다.
그는 차에 있던 초코파이를 '우호'의 표시로 준 뒤 자초지종을 설명해 가까스로 산소발생기를 전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다른 자원봉사자는 검문 중인 군인들에게 얼마간의 돈을 쥐여주고 나서야 검문소를 겨우 지날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돌이켰다.
통행금지를 뚫고 검문을 피해 교민 환자에게 도착하더라도, 물품 전달 과정에서 또 한 번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교민 환자 중에는 간병인 없이 혼자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방호복에다 마스크, 얼굴 가리개와 고무장갑을 착용하긴 했지만, 환자들에게 직접 물품을 전달하다 보니 감염 위험을 완전히 제거할 순 없었다.
결국 지원단 소속 자원봉사자 중 한 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그러나 이 자원봉사자는 코로나19 치료를 하면서 지원 활동을 계속하는 투지를 보이기도 했다.
신속대응 TF는 지난달 31일을 기해 활동을 종료했다.
15일째 교민사회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치료받던 교민들도 모두 회복됐기 때문이다.
43일간의 활동 기간 총 147명의 교민 환자가 신속 대응 TF의 도움을 받았다.
모두 979건의 상담이 진행됐고, 총 투약 건수는 229건이었다.
자칫 목숨이 위험할 수 있는 호흡 곤란 증상을 호소하는 교민들에게 산소발생기를 전달한 건수도 34건이었다.
미얀마 한인 중 3차 유행 과정에서 7명이 코로나19로 숨졌다.
그러나 신속대응 TF의 도움을 받은 한인 환자 중 사망자는 한 명이었다.
TF 활동 종료 직후 교민 단체방에서는 TF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감사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한 교민은 "열악한 미얀마 의료 체계로 의지할 곳이 없었는데, 대응팀 덕분에 코로나를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됐습니다"라며 "감사의 마음 어찌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만, 정말로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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