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국유회사들, 디디추싱 지분투자 검토…의결권 확보추진"(종합)
국유기업들이 베이징시에 제안설…디디추싱 美상장 강행후 중국서 규제 압박
디디추싱 부인했지만 바이트댄스·웨이보 등서 유사사례 잇따라
(뉴욕·상하이=연합뉴스) 강건택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의 국유기업들이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의 지분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 시 당국은 국유기업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디디추싱에 투자하는 계획을 제안해 이를 조율하고 있다.
투자가 성사되면 중국의 국유기업들이 세계 최대 차량호출 서비스업체인 디디추싱에 대한 통제권을 갖는다고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들이 밝혔다.
컨소시엄은 디디추싱 이사회에서 한 개의 의석을 확보하고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정도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이들 국유 투자자가 디디추싱에서 의결권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고 WSJ에 말했다.
이를 통해 중국 정부가 디디추싱의 데이터와 중요한 의사 결정에 관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컨소시엄에는 베이징시 산하 기업이 소유한 디디추싱의 '라이벌' 베이징 서우치도 참여한다. 1억명 이상의 사용자를 거느린 서우치는 이번 투자가 성사되면 디디추싱과 차량호출 서비스를 공동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유기업들의 디디추싱 지분 확보 추진은 이 회사가 지난 6월 말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강행한 후 중국 정부 당국의 강도 높은 규제 압박을 받는 가운데 나왔다.
중국 국가 인터넷 정보협회와 공안부, 국가안전부 등 7개 국가 기관은 디디추싱에 대한 인터넷 안보 심사에 착수하고, 중국 내 앱스토어에서 이 회사 앱을 퇴출한 바 있다.
미중 신냉전이 가열 중인 가운데 중국은 디디추싱 같은 빅테크(대형 정보통신기업)가 다루는 민감한 빅데이터가 대립 관계에 있는 미국의 손에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자국 기술기업의 미국 상장에 제동을 건 상태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44억 달러(약 5조원)를 조달한 디디추싱은 한때 주가가 18달러를 넘었다가 전날 종가 기준 9.06달러로 급락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디디추싱 측은 국유기업의 자사 지분 인수에 관한 외신 보도를 일단 부인했다.
디디추싱은 중국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현재 적극적이고 전면적으로 (정부의) 인터넷 안보 심사를 받는 중"이라며 "베이징시 관련 기업들이 디디추싱 지분을 인수한다는 외국 매체의 전언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당장 디디추싱이 관련 보도를 부인하기는 했지만 중국이 빅테크를 철저히 장악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가운데 중국 정부의 지휘를 받는 국유기업들이 주요 기술기업의 지분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 정부는 국유기업을 동원해 최근 틱톡과 더우인(?音) 서비스를 운영하는 바이트댄스의 중국 내 핵심 법인과 중국 내 여론 형성에 영향력이 큰 신나닷컴 웨이보의 지분을 각각 1% 인수했다.
중국 정부는 극소수의 지분을 확보하고도 이사 선임권과 특정 사안에 대한 거부권까지 확보해 고강도 규제와 행정 처벌 같은 우회적인 방법이 아니라 '합법적'으로 이들 기업의 경영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길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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