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아프간 남은 미국인 1천500명…시한 지나도 대피노력"
4천500명은 탈출 완료…대피시한 지나면 아프간인 등 위험 우려 커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 남은 미국인을 1천500명으로 추정하면서 미국 귀환 희망자에 대한 대피 의지를 재차 밝혔다.
CNN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프간에 있던 미국 시민권자가 6천 명이었고, 이 중 4천500명이 대피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은 1천500명 중 500명의 시민권자와 최근 24시간 이내에 접촉해 탈출 통로인 아프간 수도 카불 공항까지 안전하게 도착할 방법을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1천 명의 시민권자에 대해서도 "다양한 소통 채널을 통해 하루에도 몇 번씩 공격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아프간을 떠났을 수 있고, 혹은 아프간 잔류를 결정할 수도 있다고 봤다.
블링컨 장관은 애초 대피 시한인 8월 31일을 지키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를 재확인한 뒤 아프간을 떠나길 희망하는 미국인과 미국에 조력한 현지인을 돕는데 마감 시한은 없다면서 31일 이후에도 대피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지부를 자칭하는 IS-K의 공격 가능성을 우려하며 "우리는 모든 예방 조처를 하지만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31일까지 대피 작업은 물론 미군 철수까지 완료해 버린다면 아프간 현지인을 비롯해 미처 탈출하지 못한 이들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하다.
블링컨 장관이 밝힌 미국 시민권자 6천 명은 대사관에 등록한 이들 기준이어서 실제로는 더 많을 수 있다. 게다가 영주권자가 포함되지 않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화상으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대피 시한을 연장하자는 다른 정상의 주문을 거부하고 31일 완료를 고수했다.
대신 만일의 상황에 대한 대비계획을 세워두라고 국무부와 국방부에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아프간 대피 작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상사태 대응계획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전했다.
CNN은 "아프간전을 도운 많은 아프간인이 자신의 대피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며 "카불 공항 밖의 위험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은 영주권자, 아픈 아이 등 아프간인이 공항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탈레반의 검문소에서 구타와 죽음을 무릅쓰고 있는 아프간인에 대한 미국의 대피 노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난민 단체의 목소리를 전하며 "위험에 처한 수천 명의 아프간인이 공항에 진입하려 발버둥 치고 있다"고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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