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은행 신용대출 고삐…"상품별 한도조정 계획 내라"
농협은행 이어 주요 시중은행들도 "연봉 이내로 대출한도 축소 검토"
(서울=연합뉴스) 은행팀 =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신용대출 상품별로 한도 조정 계획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신용대출 고삐를 한층 더 강하게 조이고 나섰다.
은행권에서 가계대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NH농협은행이 최근 개인 신용대출 최고 한도를 1억원 이하, 연봉 이내로 축소한 데 이어 다른 주요 시중은행들도 당국 권고에 따라 조만간 일제히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전체 시중은행들에 개인 신용대출 상품별 최대한도와 향후 대출 한도 조정 계획을 작성해 27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개인 신용대출 상품의 최대한도가 급여의 몇 배 수준인지, 한도를 앞으로 어떻게 줄일 건지, 줄이지 못한다면 사유가 무엇인지 등의 내용을 담도록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에서 상품별 한도를 어떻게 관리할 거냐고 구체적으로 계획을 내라고 하는 것은 소득 이내로 대출을 취급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므로, 아무래도 은행으로서는 (한도를) 최대한 줄여보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이것도 구두 지도의 한 형태니까 대부분의 은행이 되도록 연봉 이내로 한도를 맞추는 방향을 검토 중일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 주요 시중은행들은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이내로 줄이는 방안을 일제히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에서 대출 증가율이 가장 높아 당국의 '경고'를 받은 NH농협은행이 가장 먼저 24일부터 개인 신용대출 최고 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1억원 이하, 연소득의 100%로 축소(신규 대출)한 데 이어 다른 주요 시중은행들도 비슷한 조치를 검토하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신용대출의 가수요와 투기적 수요 증가에 대한 관리의 일환으로 신용대출 한도를 차주의 연 소득 범위 내로 제한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신용대출 최고 한도를 연소득 100% 이하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KB국민은행은 "생활자금형 소액 신용대출, 집단대출 등을 제외한 신용대출 상품에 대해 연봉 이내로 대출 한도를 조정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신용대출 증가율이 10%대로 높은 카카오뱅크[323410]도 연소득 이내로 대출 한도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금감원이 지난 13일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과 회의를 한 자리에서 은행권에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 수준으로 축소 운영할 것을 요청했는데, NH농협은행만 이에 따랐을 뿐 다른 은행들은 별다른 조치를 내놓지 않았었다.
현재 NH농협은행을 제외한 다른 주요 시중은행들은 당국과 협의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까지 여유가 있는 만큼, 신용대출 외에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등을 제한할 계획은 없는 상태다.
최근 NH농협은행이 오는 11월까지 신규 가계 담보대출을 중단하기로 한 것을 계기로 '대출 절벽' 공포를 느낀 실수요자들의 '패닉 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이 "농협은행 이외에는 신규 가계 부동산 담보대출의 적정 공급이 계속될 것"이라며 '대출 불안'을 진화하는 일도 있었다.
다만, 신용대출의 경우는 가수요 억제를 위해 '연소득 이내 한도 축소'에 더해 추가적인 조치도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고 은행권은 내다봤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도가 최대까지 나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고액 연봉자, 고신용자이므로 그 차주들이 주요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마이너스통장의 경우는 미사용한도 감액 요청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이 '금리 인상으로 (대출 증가율을) 조절할 게 아니라 한도 조절이나 상품 중단으로 조절하라'는 스탠스로 구두 지도를 했다"고 전하며 "시중은행들이 신용대출을 줄이기 위해 조정을 하게 된다면, 금리가 아니라 상품 (신규 취급) 중단, 한도 축소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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