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탈레반 보복 노출 아프간 현지인 수송 작전 본격화(종합)
이틀간 지원인력·인권활동가 등 600여명 철수…총 2천500여명 수송 계획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가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의 수중에 넘어간 아프가니스탄 현지 지원 인력 철수 작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군은 18일 오후 수송기로 아프간 현지인 230여 명을 로마로 데려온 데 이어 19일에도 400명 안팎의 현지인을 수송한다.
넘어오는 이들은 대부분 아프간에서 이탈리아의 외교·군사 업무를 측면 지원한 현지인과 그 가족들이다. 여기에는 일부 인권 활동가들도 포함돼 있다.
정권을 다시 잡은 탈레반이 서방에 협력한 전력을 문제 삼아 보복 처형할 가능성이 큰 사람들로 꼽힌다.
이번 현지인 철수 작전에는 이탈리아군 1천500여 명이 관여하고 있다. 군은 카불 공항과 중간 대피지인 쿠웨이트에 수송기를 배치·운영 중이다.
로렌초 구에리니 이탈리아 국방장관은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위험에 노출된 우리의 현지 협력자들과 인권 활동가들을 최대한 빨리 철수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궁극적으로 총 2천500여명 규모의 아프간 현지 지원 인력을 자국으로 데려온다는 방침이다.
이들 외에 더 넓은 범위의 인도적 난민 수용 문제에 대해선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
마리오 드라기 총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아프간에서 이탈리아를 도운 이들뿐만 아니라 근본적 자유와 시민권·인권 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노출한 이들도 환영한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으나 우파 정당들의 반대가 걸림돌이다.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인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이탈리아에 협력한 아프간인을 수용하는 것은 우리의 책무"라면서도 "올해 이미 엄청난 이주민들이 몰려든 상황에서 또 다른 난민 물결은 감당할 수 없다. 유럽 다른 나라들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탈리아는 미국이 탈레반 정권을 축출하고자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2001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연합군 일원으로 병력을 보냈다.
20년에 걸쳐 파병된 총 인원은 5만 명 이상이며, 이 가운데 53명이 전사하고 723명이 부상하는 희생을 치렀다. 파병 규모로만 보면 미국, 터키, 영국, 독일 등과 함께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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