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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력 전무·병력열세' 탈레반…아프간 정부군은 왜 추풍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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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력 전무·병력열세' 탈레반…아프간 정부군은 왜 추풍낙엽?
객관적 전력 뒤지는 탈레반, 6일 이후 13개 주도 점령 '파죽지세'
정부군 '허수아비' 수준 취약…탈레반 전략은 더 정교해져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탈레반은 지난 6일 이후 불과 일주일 정도 만에 34개 주도(州都) 가운데 13곳을 손에 넣었다. 중부와 수도 카불이 있는 동부를 뺀 전국 대부분이 탈레반에 의해 장악된 셈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탈레반의 무장 수준과 병력 규모다.
공군력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돌격소총이나 로켓추진수류탄(RPG)을 등에 메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강력한 화력으로 무장한 정부군을 쫓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탈레반 전투 요원은 슬리퍼를 신고 전투에 임할 정도다.
병력만 비교해도 군인, 경찰 등 아프간 정부 측은 30만명으로 탈레반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가테러센터와 백악관 등이 추산한 탈레반 조직원의 수는 6만명∼7만5천명 수준이다.
그런데 어떻게 정부군은 탈레반에 변변한 저항조차 못한 채 도미노처럼 무너져가고 탈레반은 갈수록 기세등등해질까.



◇ 장부에만 존재하는 정부군…전장에선 사기도 바닥

13일 영국 BBC뉴스는 이런 상황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 실제 정부군의 상황이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우선 정부군 병력의 상당수는 장부상에만 존재하는 '유령 군인'인 것으로 지적됐다.
부패한 군경 간부들이 급료를 가로채기 위해 허수로 군인 수를 기재했다는 것이다. 이에 군 당국은 자신들의 실제 가용 병력 수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기관인 아프간재건특별감사관실(SIGAR)은 최근 정부군 내의 부패와 미심쩍은 병력 통계에 대해 "매우 우려된다"고 밝혔다.
사기 저하도 심각하다.
주요 시설을 방어해야 할 병력이 총 한 번 제대로 쏘지 않고 무더기로 탈레반에 투항하거나 국경을 넘어 달아나고 있다는 보도가 속속 나올 정도다.
영국의 안보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잭 와틀링 연구원은 "정부군은 종족이나 가족 연고가 없는 곳에 종종 투입된다"며 그들이 쉽게 거점을 포기하는 데에는 이런 이유도 한몫한다고 분석했다.
미군이 오랫동안 육성에 공을 들인 특공대원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고도로 훈련된 특공대원이 초소 경비나 루트 확보 등 비전투 작업에 투입되는 실정이다. 일반 병사가 특공대원의 지원이 없으면 전투에 나서지 않으려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지 특공대원 수는 1만명가량으로 추산된다고 BBC뉴스는 전했다.
SIGAR는 "특수부대 인력이 잘못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와중에 공군력의 핵심인 조종사들이 탈레반에 의해 표적 살해되고 있다는 점도 정부군 전력 약화에 기여하는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몇 달 동안 8명 이상의 공군 조종사가 부대 밖에서 탈레반에 의해 살해됐다.
미군 철수로 미군 소속 엔지니어들이 떠나면서 항공기 등 주요 장비 운용과 부품 보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실제 임무에 투입되는 공군 전력은 갈수록 축소되는 상황이다.
UH-60 블랙호크 헬기부대의 경우 6월 현재 전체 전력 가운데 39%만 활용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치는 지난 4, 5월의 절반 수준이라고 SIGAR는 설명했다.
향후 미군의 공습 지원이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아프간 정부군으로서는 뼈아픈 부분이다.



◇ 진화한 탈레반…예상 깬 기습·돈줄 확보·든든한 배후

반면 탈레반은 과거보다 훨씬 정교한 전략으로 정부군을 몰아붙이고 있다.
유리한 지역을 기반으로 차츰 세력을 넓히는 게 아니라 상대 '텃밭'을 기습적으로 빠르게 공격하면서 수도 카불을 에워싸는 것이다.
1994년 남부 칸다하르를 중심으로 결성된 탈레반은 전통적으로 남부에서 세력이 가장 강했다. 농촌 지역을 주로 장악했고, 아프간 최대 종족인 파슈툰족(42%, 약 1천500만명)이 기반이다.
그런데 지난 5월 미군 철수 시작 후 벌인 대공세에서는 서부와 북부의 대도시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북부 지역은 과거부터 반(反)탈레반 정서가 강했으며 서부도 지역 군벌의 영향력이 큰 곳이었다.
정부군의 예상을 깬 탈레반의 전격전은 대성공을 거뒀다. 이날까지 장악한 주도 13개 가운데 7개가 북부에 몰려있다.
탈레반은 또 국경 지대 거점 공략에도 힘을 기울였다.
마약 판매가 주 수입원이었던 탈레반이 국경에서 본격적으로 세금을 걷으며 전쟁 재원을 풍부하게 확보한 것이다.
반면 아프간 정부로서는 주요 수입원이 축소되면서 반격의 동력이 더욱 줄어들게 됐다.
탈레반의 승리가 이어지면서 미군이 정부군에 제공한 엄청난 양의 현대식 무기와 실탄 등도 탈레반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 물자들에는 군용 차량, 야간투시경, 기관총, 박격포 등이 포함됐다.
탈레반 조직원이 정식 군복을 입지 않고 전투에 임한다는 점도 정부군의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 민간인과 뒤섞여 있다가 갑자기 총을 들고 정부군을 향해 공격한 뒤 민가나 고산지대 동굴 등 은신처로 홀연히 사라지곤 하기 때문이다.
탈레반의 실제 전투 요원 수도 알려진 것보다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BBC뉴스는 "다른 무장 세력과 후원 인력까지 더하면 조직원 수는 20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여기에 파키스탄에도 살고 있는 파슈툰족 4천300만명은 탈레반 동력의 간접 원천이 되고 있다.
파키스탄의 파슈툰족은 탈레반 탄생기부터 마드라사(이슬람 학교)에서 양성한 '학생'을 탈레반 전사로 꾸준히 지원해왔기 때문이다. 탈레반은 파슈토어로 '종교적인 학생', '이슬람의 신학생' 등을 뜻한다.
이와는 별도로 아프간 정부와 갈등 관계인 파키스탄도 과거부터 탈레반을 물밑에서 후원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탈레반으로서는 해외에 든든한 배후를 갖고 있는 셈이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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