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물난리 피해규모 은폐 의혹"…내년 당대회 영향도 주목
홍콩매체 "책임 둘러싼 이해관계와 대결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중부 허난(河南)성 물난리 사망자가 갑자기 대폭 증가하면서 당국의 피해 규모 은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 보도했다.
지난 2일 허난성 당국은 기록적 폭우에 따른 사망자가 302명, 실종자는 50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같은 사망자 수치는 불과 나흘 전 집계보다 3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또한 폭우가 쏟아진 지 2주가 지난 시점이다.
지난달 29일 허난성 당국은 사망자가 99명이라고 발표했다.
허난성에서는 지난달 17일부터 '1천년만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곳곳에서 침수와 붕괴사고로 많은 인명 피해를 낳았다.
최대 피해지역인 성도 정저우(鄭州)에서 가장 많은 29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실종자도 정저우에서만 47명으로 집계됐다.
SCMP는 "정저우에 폭우가 쏟아진 지 3주 가까이 돼서 사망자가 갑자기 3배 증가하자 은폐 의혹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며 "게다가 많은 시골지역이 흙탕물에 침수된 상황에서 신샹(新鄕)시 인근 마을들에서 사망자가 7명만 보고됐다는 점에 의문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화동사범대 인제 교수는 관료주의와 더딘 복구 속도로 인해 집계가 늦어지는 것일 수 있으며 사망자 수는 시골 지역을 중심으로 향후 몇주, 심지어 몇달에 걸쳐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발표된 집계는 최종이 아니고 계속해서 업데이트가 이뤄지고 있다"며 "정저우는 이제 거의 일상을 회복했기 때문에 피해 집계가 상대적으로 구체적이고 정확하지만 신샹 등 다른 지역은 여전히 피해 집계보다 복구와 구조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말단 관리들이 마을 단위로 집계해 상부로 보고하고 있는데 많은 관리들이 통계에 대한 지식이 없어 중복이나 누락이 발생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의도적인 은폐가 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폭우 피해가 커진 것이 관리들의 늑장, 부실 대응 탓이라는 비난 여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지난 2일 전문가를 포함한 진상조사단을 꾸려 허난성에 파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의 직무 유기가 확인되면 법에 따라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홍콩 명보는 이번 물난리의 책임을 둘러싸고 각 당사자의 이해관계와 대결이 수면 위로 부상할 것으로 보이며, 그것이 내년 20차 당대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명보는 자오쯔양(趙紫陽·1919∼2005) 전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고향이자 인구가 많은 허난성의 관료집단은 중국 정치에 영향을 끼쳐왔다고 전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장인은 허난성 공산당청년단 위원회에서 일하기도 했다.
현재 허난성 당서기 뤄양성(樓陽生)과 정저우 당서기 쉬리이(徐立毅)는 모두 저장(浙江)성 간부 출신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즈장신쥔'(之江新軍) 직계라인이다.
즈장신쥔은 시 주석의 저장성 서기 시절 부하 인맥을 뜻한다.
그러나 저장성에서는 물난리 이전에도 쉬리이 서기가 도로 중앙 화단 가꾸기 등 생색내기에만 열중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으며, 물난리 상황에서도 쉬 서기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명보는 전했다.
이에 반해 허난성 제2 도시인 뤄양(洛陽)은 충분한 준비로 이번에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돼 저장성과 비교되고 있다.
명보는 "허난성의 홍수가 거의 끝난 시점에 왕융(王勇) 국무위원이 진상조사단을 이끌고 허난성에 파견되는 것은 (중국 정부의) 허난 당국에 대한 명백한 불신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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