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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톡톡] '금지된 사과' 된 홍콩 빈과일보의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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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톡톡] '금지된 사과' 된 홍콩 빈과일보의 마지막 날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반중신문 빈과일보(?果日報)가 24일 폐간됐습니다.
홍콩 경찰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주와 편집국장 등을 구속하고 회사 자산을 동결하며 압박을 강화하자 빈과일보가 결국 백기를 들었습니다.


한국에도 친숙한 의류브랜드 '지오다노'의 창업자 지미 라이(黎智英)가 1995년 6월 20일 창간한 빈과일보의 '빈과'는 과일 사과를 뜻합니다.
라이는 성경의 아담과 이브 이야기에 착안해 신문의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빈과일보는 창간 초기 신문을 사는 사람에게 사과를 공짜로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그 '나눔의 사과'가 이제 '금지된 사과'가 됐습니다.


당국은 빈과일보의 문제 기사들을 공유하면 안되며, 체포된 빈과일보 인사들과의 모든 관계를 끊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빈과일보를 '독이 든 사과'로 칭하면서 "독사과 안에 있는 벌레를 잡아내야 한다"고 맹비난했습니다.



빈과일보는 24일 평소보다 12배 가량 많은, 역대 가장 많은 100만부를 발행하며 독자들에게 작별을 고했습니다.
마지막 신문의 1면 제목은 '홍콩인들이 빗속에서 고통스러운 작별을 고한다'입니다.
며칠째 이어지는 빗속에서 많은 독자들이 우산을 쓴 채 빈과일보 사옥 앞으로 몰려들어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한 것을 기념한 것입니다.




0시 20분께 빈과일보 직원이 막 인쇄된 마지막호를 들고 사옥 발코니로 나와 독자들에게 들어보였고, 이내 현장에서 무료로 배포했습니다.
지지자와 취재진 등으로 많은 이들이 모여들자 경찰은 해산 명령을 내렸습니다.
빈과일보 사옥 앞을 찾은 한 독자는 공영방송 RTHK에 "26년간 빈과일보를 구독했다"면서 "이런 일이 홍콩에서 벌어진다는 게 믿어지지 않고 실망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빈과일보가 폐간을 준비하면서 직원의 3분의 2 가량이 지난 21~22일 회사를 떠났습니다.
마지막호는 남아있는 직원들이 분야를 넘나들며 만들었습니다. 총 20면 중 절반은 빈과일보에 대한 당국의 압박으로 채워졌습니다.




마지막호의 인쇄가 시작되자 직원들은 박수를 치며 눈시울을 붉히고 서로 얼싸안았습니다.




빈과일보에서 10년 넘게 일한 한 기자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홍콩에서 신문이 이런 식으로 사라질 수 있다"면서 "홍콩의 핵심 가치는 어떻게 된 것인가? 모두 역시 사라질 것인가?"라며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는 홍콩에서 '개천에서 난 용'의 대명사이자 괴짜 사업가로 유명합니다.
1989년 중국 정부의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유혈진압에 충격을 받은 그는 1990년 넥스트 매거진, 1995년 빈과일보를 창간해 언론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현재 2019년 불법집회 참여 혐의로 총 20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며,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최고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빈과일보의 편집국장 등도 기소됐고, 논설위원도 체포됐습니다.




홍콩 시민들은 빈과일보의 마지막호 구매를 위해 새벽부터 거리로 나서며 지지 의사를 표했습니다.
마지막 호가 도착하기 1~2시간 전부터 신문 가판대 앞에 나와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고 이날 출근시간대에는 빈과일보가 매진된 곳이 속속 생겨났습니다.



대부분 여러 부를 사갔고 10부 이상씩 사는 사람도 종종 눈에 띄었습니다.
젊은이뿐만 아니라 중장년, 노년층도 상당수 빈과일보를 구매했습니다.


한 빈과일보 기자는 "우리의 폐간으로 구속된 동료들이 풀려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말했습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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