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80년전 나치독일 소련침공 수치…고개 숙여 사죄"
"나치 독일의 범죄에 따른 변함없는 책임 자인…잊어선 안돼"
러시아·벨라루스의 시민사회·야권 탄압은 꼬집어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9일 "나치 독일의 구소련 침공이 곧 80년째를 맞는다"면서 "독일인에게 이날은 수치스러운 날로, 생존자들에게 겸허히 고개를 숙인다"고 말했다.
아돌프 히틀러는 1941년 6월 22일 300만 명의 독일군을 앞세워 소련을 침공했고, 이로 인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발트해 연안 제국 등 구소련 지역에서 2천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메르켈 총리는 설명했다. 독일이 일으킨 이 전쟁은 나치 독일의 패망 원인이 됐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대국민 팟캐스트에서 "독일인에게 있어 이날은 수치심을 느끼는 계기"라면서 "인정사정없는 침공과 침공지역에서 가한 끔찍한 일들에 대한 수치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겸허하게 몇 남지 않은 생존자들에게 고개를 숙인다"면서 "그리고 우리에게 화해의 손을 내밀어준 많은 이들에게 깊이 감사한다. 독일이 그들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이는 기적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또 구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 정책이 1990년 독일의 통일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그러나 최근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 시민사회의 개입이 제한적이거나 불가능하게 된 점에 대해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그는 "평화로운 시위자들과 불만스러운 야당이 차단된다면, 우리의 관계에 매우 부담이 될 것"이라며 "독일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으로 국제법을 위반하고, 유럽의 전후 질서를 불확실하게 하는 점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그러면서도 러시아와 대화가 필요하다며 양국은 역사·사회·경제적으로 긴밀히 연결돼 있고,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독일은 나치 독일의 범죄에 따른 변함없는 책임을 자인한다"면서 "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해야 한다. 잊어서는 안 된다. 이는 우리가 수백만 명의 희생자와 후손들에게 진 빚"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책임감에서 평화와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우리의 의무가 비롯된다"고 덧붙였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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