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둥 코로나로 물류대란…글로벌 공급망 충격 우려
선전 옌톈항에 컨테이너 2만개 쌓여…평소 7분의 1 물량 처리
인근 서커우·광저우 난사항까지 여파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중국의 제조업과 수출의 중심지인 남부 광둥(廣東)성에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물류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7일 중국 증권시보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컨테이너항 가운데 하나인 선전(深?)의 옌톈(鹽田)항에는 처리가 밀린채 쌓여있는 컨테이너가 2만개가 넘는다.
부분 폐쇄된 옌톈항은 현재 하루 5천개의 컨테이너만 받아들이면서 평소의 7분의 1에 해당하는 물량만 처리하고 있다. 옌텐항은 지난달 25일 수출 컨테이너 화물 접수를 중단했다.
옌톈항의 서쪽 구역은 전면 폐쇄됐으며 동쪽 구역만 일부 운영 중이다.
옌톈항 인근 고속도로 나들목에는 컨테이너 차량의 통행이 차단된 곳도 있다고 증권시보는 전했다.
수출업 대리상인 린(林)모씨는 "창고가 이미 다 찼는데 컨테이너를 언제 보낼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주문을 받지 못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사가 긴급한 상황이면 항구를 변경할 수도 있지만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육로나 항공으로 운송하는 방법은 비용이 너무 높다고 덧붙였다.
광둥 대외무역 3분의 1 이상, 중국 대미 무역 4분의 1을 담당하는 옌톈항의 컨테이너 처리 능력이 대폭 감소한 탓에 가뜩이나 취약한 글로벌 물류가 설상가상에 처했다고 증권시보는 전했다.
선박들은 옌톈항 부근 해역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검사를 거쳐야 이 항구에 진입할 수 있다.
운송 지연이 계속되자 세계 최대 해운사 머스크는 최근 다수 선박들이 옌톈항 대신 다른 항구를 거치도록 계획을 변경했다.
머스크 외에 MSC, CMA CGM, 코스코(중국원양해운) 같은 세계 주요 해운사들도 비슷한 조치를 내놨다.
업계 전문가 중저차오(鐘哲超)는 "빨리 조치하지 않으면 옌톈항의 여파가 화난(華南·중국 광둥·광시 일대) 지방과 상하이(上海), 닝보(寧波)에 충격을 줄 수 있고 심지어 글로벌 운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중국 제조업과 글로벌 해운업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면서 "글로벌 해운업과 공급망에 대한 여파가 수에즈 운하 좌초 사고의 몇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사태는 하반기 수출 성수기를 앞두고 나와 사태 해결이 특히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과 유럽에서 쇼핑을 많이 하는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블랙프라이데이 등을 앞두고 8∼9월에 수출 물량이 많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광둥의 제조업체들이 운임 상승세에다 컨테이너항 운송 지연 사태까지 겹쳐 하반기에 수출 주문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옌톈항의 컨테이너 처리에 큰 차질이 생기자 화물이 인근 선전 서커우(蛇口)항과 광저우(廣州) 난사(南沙)항으로 몰리면서 이들 항구는 큰 압력을 받고 있다.
난사항에는 컨테이너 트럭이 밀려들어 이제껏 볼 수 없었던 긴 줄이 늘어섰다고 인근 주민들은 전했다.
서커우항은 지난 6일부터 선박 도착 예정 시간이 사흘 이내인 컨테이너 화물만 받아들이고 있는데 옌톈항 사태로 서커우항까지 큰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머스크는 선전과 광저우의 코로나19 환자가 늘고 있어 옌톈, 서커우, 난사항의 상황이 계속 악화하고 있다고 지난 4일 진단했다. 이어 옌톈항은 14일 이상의 선박 정체와 운항 지연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컨테이너 운임은 올해 수출 수요 급증과 빈 컨테이너 부족 사태 등으로 천정부지로 올랐는데 이번 사태로 상승세가 더 가팔라졌다.
광저우에서 아프리카로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제이슨 딩은 "탄자니아까지 운송 비용이 4월과 비교하면 20피트 컨테이너당 1천800달러에서 3천600달러로 뛰었다. 게다가 환율도 예측하기 어려워 리스크가 커졌다"고 SCMP에 말했다.
그는 "우리 업계는 경쟁이 치열해 섣불리 가격을 인상하기도 어렵다. 신규 주문 받는 속도를 늦추면서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높은 운임 때문에 건축 자재를 중국에서 조달하는 비용이 유럽에서 들여오는 것보다 비싸졌다는 말까지 나왔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해상 운임은 최근 사상 최초로 1만달러를 넘었다. 지난주 발표된 드로리세계컨테이너지수에 따르면 상하이에서 로테르담까지 가는 40피트 컨테이너 운임은 1만174달러로 전주보다 3.1% 올랐으며 1년 전보다는 485% 뛰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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