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백신접종 대장정 6개월…코로나 확산세 다소 '진정'
세계인구 11% 접종…현실에서도 임상시험만큼 효과
암흑 벗어난 미국·유럽 등 선진국들…일상회복 속도
백신효과 낮추는 변이에 백신 없는 빈국들…'팬데믹 종식 요원'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대미문 전염병에 백신으로 반격한 지 7일로 182일째가 됐다.
세계인구 10%가 백신을 맞았고 팬데믹 종식을 말하긴 아직 이르지만, 고비는 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백신이 개발되기 전부터 나왔던 '백신 빈부격차' 우려는 여전히 걱정거리다.
세계 최초로 일반인 대상 대규모 백신접종이 시작된 시점으로 보통 지난해 12월 8일을 꼽는다.
이날 오전 6시 30분 영국 코번트리 한 대학병원에서 당시 아흔살이었던 마거릿 키넌 할머니가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을 접종받으면서 '대장정'이 시작됐다.
◇ 세계인구 11% 백신접종…코로나 확산세 수그러들고 일상회복 속도
집계하는 기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현재까지 세계인구(2019년 세계은행 기준 76억7천365만여명)의 11%가 한 번이라도 백신을 맞았다고 추산된다.
영국 옥스퍼드대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5일까지 최소 1회차 백신접종을 마친 사람은 약 8억9천470만명이다.
이제까지 접종이 이뤄진 백신량은 21억2천억회분으로 집계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일까지 16억3천800만6천여회분이 접종됐다고 밝혔다.
백신 덕분인지 코로나19 확산세는 상당히 수그러들었다.
WHO 통계를 보면 올해 일일 신규 확진자는 4월 중순 절정을 찍고 줄어들기 시작해 지금까지 감소세가 유지되고 있다.
지난 5일 전 세계 신규 확진자는 45만534명으로 올해 가장 많았던 4월 23일 89만5천476명의 절반 수준이다.
신규 사망자도 5일 1만720명으로 올해 최다였던 1월 28일(1만7천23명)에 견줘 37% 적었다.
백신들이 임상시험에서만큼 현실에서 효과를 냈다는 연구결과도 잇따랐다.
이스라엘 보건부 등이 참여한 연구진이 이스라엘 16세 이상 인구 72%가 화이자 백신 접종을 완전히 완료한 4월 3일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2회차 접종을 마치고 일주일 뒤 감염예방 효과는 95.3%, 입원예방 효과는 97.2%, 사망예방 효과는 96.7%로 나타났다.
영국 잉글랜드 공중보건국(PHE)은 두 차례 접종을 모두 마치면 화이자 백신과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백신 모두 85~90% 예방효과를 나타낸다고 밝혔다.
PHE는 백신접종으로 60세 이상 성인 1만3천명의 목숨을 구했다는 추산치를 내놓기도 했다.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는 자체개발한 백신 '스푸트니크 V'를 380만명에게 접종한 결과 감염예방 효과가 97.6%로 나타났다고 지난 4월 발표했다.
백신의 효과는 접종률이 앞서는 국가들의 일상 변화에서도 확인된다.
전 인구 60%가량이 백신을 맞아 접종률이 가장 높은 나라인 이스라엘은 일일 신규 확진자가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서 백신을 못 맞은 아동·청소년이 생활하는 학교를 빼고는 오는 15일부터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의무를 없애기로 했다.
인구 약 42%가 백신접종을 완료하고 1번이라도 맞은 사람까지 포함하면 인구 절반이 접종자인 미국도 일상회복에 속도가 붙고 있다.
미국은 5일 기준 '최근 일주일 평균 일일 신규 확진자'가 1만2천780명으로 하루 신규 확진자가 30만명을 넘기도 했던 1월 초에 견줘 매우 감소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달 13일 백신 접종자는 공공장소 대부분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지침을 변경하며 일상회복 신호탄을 쐈다.
고용시장 회복 속도도 빨라지면서 5월 23~29일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40만건을 밑돌기도 했다.
지난 1일 코로나19 사태 후 처음 관련 사망자가 0명을 기록한 영국도 이달 21일 방역을 위한 봉쇄 완전 해제를 목표로 봉쇄를 단계적으로 풀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 등도 방역을 봉쇄를 완화했거나 완화해가는 상황이다.
◇ 백신 효과 떨구는 '변이'…빈국은 백신 못구해 '발동동'
물론 코로나19와 전쟁의 전황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가장 당면한 문제는 전파력이 강한 변이들이 백신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백신이 변이에 무용하지는 않지만, 예방효과가 하락하는데 정확히 얼마나 하락하는지 아직은 정확히 모르는 데다가 변이의 종류도 계속 많아지고 있다.
지난달 의학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발표된 논문을 보면 카타르에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완료한 26만5천여명을 분석한 결과 이 백신은 영국발 변이와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 예방효과가 각각 89.5%와 75.0%였다.
특히 1회차 접종만 한 경우 예방효과가 29.5%(영국발)와 16.9%(남아공발)였다.
다만 중증예방 효과는 두 변이에 대해 모두 100%였다.
영국은 최근 인도발 변이가 확산하면서 봉쇄완화를 중단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세계적으로 보면 절대적인 접종률이 아직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 인구 대비 백신 접종자 비율이 3%가 안 되는 대만은 '방역모범국'으로 꼽히다가 코로나19가 재확산해 위기에 빠졌다. 대만은 최근 일본과 미국에서 백신을 긴급히 수혈받았다.
백신을 한 번 이상 접종한 비율이 1%대인 베트남은 '4차 유행'에 빠지면서 현지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에 백신비용 지원을 요청하는 처지가 됐다.
세계 최대 백신 생산국이지만 국민에게 맞출 백신은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던 인도는 방역을 느슨히 했다가 지난달 초 일일 신규 확진자가 40만명대로 폭증하는 등 위기를 겪었다.
남미에서는 우루과이와 칠레 등 접종률이 높은 국가에서도 확진자와 사망자가 줄지 않아 우려를 낳는다.
인구 대비 확진자 수가 세계 최상위권인 우루과이와 칠레는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중국 시노백(커싱·科興) 백신을 사용하는데 일각에선 시노백 백신 예방효과가 낮아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이 안 된다는 추정도 한다.
아프리카는 확보된 백신이 사실상 없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WHO에 따르면 이달 3일 현재 아프리카 13억 인구 가운데 한 차례라도 백신을 맞은 사람은 3천100만명,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700만명에 불과하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4월 보고서에서 아프리카국가 대부분을 포함한 85개 개발도상국은 2023년 전까진 광범위한 백신접종이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네이처는 지난 2월까지 각국이 확보한 백신 86억회분 중 60억회분이 중·고소득국가 몫이었다면서 세계인구 80%를 차지하는 저소득국가는 전체 백신의 3분의 1만 가졌다고 지적했다.
백신 공급을 늘리기 위한 지식재산권 면제방안이 국제사회에서 논의되지만, 제약업계와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의 반발로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WHO는 팬데믹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세계인구 최소 70%가 백신을 맞아야 하고 이를 위해선 2회 접종을 기준으로 백신 110억회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결국 빈국이 백신을 확보하지 못하면 팬데믹 종식은 요원해지고 유행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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