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수원 "체코 신규 원전 독자적으로 수주…하반기 총력전"
"체코 정부, 3개국 독자 참여 희망"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원전 수주전에 한국 독자적으로 참여하기로 방침을 굳혔다.
최근 한미가 해외원전시장 공동 진출에 합의하면서 체코 원전 입찰 때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에 따르면 내년에 진행될 체코 원전 본입찰 때 독자 참여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수주 총력전을 펼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단독으로 경쟁해서 수주하는 것이 우리의 기본 전략"이라며 "다만, 수주 이후 (미국과) 협력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체코는 두코바니 지역에 8조 원을 들여 1천∼1천200MW(메가와트)급 원전 1기 건설을 우선 추진 중이며 한국과 미국, 프랑스가 현재 수주 3파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의 독자 참여 방침은 체코 정부의 입장 등을 고려한 것이다. 발주국 입장에선 3개국 간 경쟁이 계속 유지돼야 최대한 자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원전 협력을 이야기하고, 프랑스와는 신규 원전 기술 등 기후변화 이슈에서 협력을 발표하자 체코가 다소 불편해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썼다.
이어 "미국이 양쪽과 협력하겠다는 말을 흘리자 (체코가) 최종 입찰에서 세 나라가 각각 독자적으로 참여해주길 희망한다고 한다"고 전했다.
정부와 한수원은 우리가 단독으로 참여해도 수주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성공적으로 수출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대규모 사업을 공사 기간에 맞춰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고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면서 "경제성과 기술력이 우리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를 견제하는 체코로서는 미국과의 관계 설정이 중요하고, 유럽연합(EU) 내 원전 기업들의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선 프랑스와 손잡을 가능성도 있다. 체코는 현재 원전 6기를 운영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3개국이 저마다 독특한 경쟁력을 갖고 있어 체코로서는 어느 국가를 선택해도 상관없다"면서 "마지막까지 체코에 많은 메리트를 줄 수 있어야 사업을 따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수원은 하반기부터 수주 총력전에 돌입한다. 정부는 수주 지원을 위해 체코 정부와 고위급 회담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하순 박병석 국회의장은 체코를 찾아 체코 원전 사업에 한국의 참여 의지를 전했다.
한수원도 그간 체코 현지에서 한국형 원전의 안전성, 경제성, 바라카 원전 사업의 성공적 사례를 적극 설명해 왔다. 원전 예정지를 대상으로 아이스하키팀 후원, 봉사활동을 펼쳤고, 코로나19 예방 보건 물품도 지원했다.
체코 정부는 올해 말까지 입찰 참여 예정 업체인 한수원, 프랑스 국영 에너지기업 EDF, 미국 웨스팅하우스에 대한 사전안보심사를 마친 뒤 내년에 본입찰을 진행해 2023년 공급업체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이어 2029년 착공해 2036년 시운전에 들어간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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