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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톈안먼 32주년' 중국 침묵·홍콩 억압·대만 추모(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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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톈안먼 32주년' 중국 침묵·홍콩 억압·대만 추모(종합)
톈안먼광장 경계강화·홍콩 촛불집회 원천봉쇄…대만총통 "잊지 않을 것"


(베이징·홍콩 =연합뉴스) 한종구 윤고은 특파원 =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톈안먼 사태) 32주년을 맞은 4일 중국에는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홍콩에서는 삼엄한 단속이 펼쳐졌다. 반면, 대만에서는 총통이 나서 '애도'를 표했다.

◇ 중국 - 톈안먼 광장 주변 경계 강화
중국 정부는 무거운 침묵 속에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날 오전 찾은 베이징(北京) 톈안먼 광장은 평소처럼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가운데 감시가 다소 삼엄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복경찰로 보이는 사람들이 곳곳에 배치됐고, 선글라스를 쓴 무장 경찰들이 광장 주변을 경계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톈안먼 광장 입구에 설치된 보안검색대에서는 관광객에 대한 소지품과 신체검사가 한층 강화됐다.


때문에 보안검색대 앞에는 200m가 넘는 긴 줄이 만들어졌고,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다.
다만 과거처럼 톈안먼 광장 주변 지하철역을 폐쇄하거나 사진조차 찍지 못 하게 하는 등의 조치는 하지 않았다.
외신 기자들의 톈안먼 광장 출입은 여전히 통제된 상태다.
중국에서 해외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가상사설망(VPN)도 통제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또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에서는 톈안먼 사태를 의미하는 '6·4'의 검색이 차단돼 있다.
중국 관영 매체의 톈안먼 사태 32주년 관련 보도도 찾아볼 수 없었다.




◇ 홍콩 - 촛불집회 원천봉쇄 속 주최측 인사 체포
홍콩도 톈안먼 추모집회 원천봉쇄에 나섰다.
중국과 달리 홍콩에서는 1990년부터 30년간 매년 6월 4일 저녁 빅토리아 파크에서 톈안먼 추모 촛불집회가 대규모로 열렸다.
하지만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지난해 31년만에 촛불집회를 불허한 데 이어 올해도 같은 이유로 불허했다.
당국의 불허에도 지난해에는 시민들이 개별적으로 빅토리아 파크에 모여 촛불을 켰다.
그러나 올해 당국은 공안조례(공공질서조례)와 함께 지난해 시행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언급하며 불법집회에 참여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이를 홍보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강력 경고했다.
홍콩 언론은 경찰이 7천명의 인력을 홍콩 전역에 배치하고 어떤 종류의 집회도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온라인에서 빅토리아 파크 대신 다른 곳에서 집회를 개최하자는 움직임이 일자 경찰이 대응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이날 오전 촛불집회를 주최해온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의 초우항텅(鄒幸?·36) 부주석과 20세의 음식배달 노동자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홍콩 공영방송 RTHK에 따르면 경찰은 이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금지된 빅토리아 파크 촛불집회의 참여를 독려했으며, 이런 행동이 사람들을 곤란에 빠트릴 수 있어 "극도로 무책임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톈안먼 32주년인 이날 체포가 이뤄진 것에 대해 대중에 보내는 경고라고 분석하는 가운데, 경찰은 증거수집을 위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며 다른 이유는 없다고 일축했다.



지련회가 운영하는 32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갑자기 문을 닫았다.
애초 지련회는 이날 오후 10시까지 기념관의 문을 열고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으나 당국이 지난 1일 '무면허 운영'이라며 단속을 나오자 다음날 운영을 중단했다.
지련회는 2012년부터 운영해온 기념관에 당국이 단속을 나온 것은 처음이라며 "선택적 법 집행"이라고 비판했다.
명보는 이날 사설을 통해 "홍콩보안법이 홍콩의 정치적 환경을 바꿨으며 중국 정부는 홍콩에 대한 고삐를 죄고 있다"면서 "앞으로 빅토리아 파크 촛불집회가 열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6월 4일의 역사는 지워지거나 잊혀서는 안된다"며 "홍콩은 6월 4일 추모를 막을 수 없다.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방식에는 다른 방법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 대만 - "32년 전 희생된 젊은이들 잊지 않을 것"
반면 대만은 전혀 다른 분위기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는 32년 전 톈안먼 광장에서 희생된 젊은이들과 매년 6월 4일 촛불로 이를 애도한 홍콩 친구들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그러면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자랑스러워하는 모든 대만인은 결코 이날을 잊지 않을 것이며 위협에 흔들리지 않고 그들의 신념을 확고히 지킬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시위에 관한 허위정보를 색출해내는 인터넷 사이트도 등장했다.
홍콩프리프레스(HKFP)에 따르면 대만 비영리단체 대만민주실험실은 지난 2일 '톈안먼 악플에 대처하는 법'(How to Respond to Tiananmen Trolls)이라는 이름의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영어와 중국어로 운영되는 이 사이트는 중국공산당의 시각으로 1989년 6월 4일 톈안먼 사태를 바라보면서 소셜미디어에서 허위정보를 퍼뜨리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고 해당 사이트를 개설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운영진은 "그러한 악플들이 톈안먼 광장 학살을 조직적으로 세탁함에 따라 우리가 이에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의 다음 세대는 해당 학살이 일어난 적이 없다고 믿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톈안먼 사태는 1989년 6월 4일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면서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과 시민들을 중국 정부가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무자비하게 유혈 진압한 것을 이른다.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정책으로 빈부 격차가 커지고 공산당의 부패가 심각해진 1980년대 중국의 사회 상황이 배경에 자리한다.
중국 정부는 톈안먼 사태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우리 선택이 옳았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유가족 모임이 유혈 진압사태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는 말에 대해 "신중국 건국 70주년에 이룬 위대한 성취는 우리가 선택한 발전의 길이 완전히 옳았음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jk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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