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트럼프 중단 기후변화 보고서 발간…인간 책임 첫 인정
환경보호청 "기후변화와 싸움, 선택의 문제 아냐…위기감 느껴"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 중단됐던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기후 변화 보고서가 발간됐다.
보고서는 기후 변화가 부분적으로 인간에 의해 발생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에도 없던 일이다.
13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EPA는 전날 '기후변화 보고서'를 발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빙하 감소, 해수면 상승, 홍수 피해 증가 현황을 공개했다.
마이클 리건 EPA 청장은 성명에서 "기후변화와의 싸움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위기감을 느끼고 움직이겠다"고 밝혔다.
EPA는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보고서 발행을 미뤄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후 변화를 '거짓말'(hoax)로 규정하고 관련 대응에 회의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보고서는 우선 대서양 연안과 멕시코만 등을 중심으로 해안 침수가 점점 일상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지역에서 최근 발생한 홍수는 1950년대와 비교해 5배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북극해의 빙하는 점점 쪼그라들고, 빙하로 뒤덮인 지역의 최소 규모가 매해 여름마다 줄어들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9월 한 달간 북극해에서 줄어든 빙하의 평균 규모는 145만㎢로, 이 기간에 측정된 빙하의 총량이 기록을 시작한 이래 두 번째로 가장 작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해수 온도 역시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바닷물에 이산화탄소가 용해돼 산도가 강해지는 해양 산성화도 지난 10년간 더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산불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시기와 꽃가루 철이 과거보다 더 일찍 시작되고 더 오래 지속되며, 폭염 현상은 1960년대보다 3배가량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도 보고서는 꼬집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선 에어컨 사용 등이 늘면서 여름의 에너지 총소비량도 1973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추위에 약한 라임병 확진 사례도 1991년에 비해 두 배 정도 늘어났다. 라임병은 진드기가 옮기는 질환으로, 관절염, 심장질환 등을 초래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뇌 수막염, 척수염까지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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